저는 쌍둥이 남자아이를 키우다 보니 여러모로 힘들었던 점이 많았습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쌍둥이교육에 대한 자료나 표본이 많지 않아 참고할만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는 점이죠.
가끔 연구를 통해서 쌍둥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로 나오면 흥미롭게 찾아서 읽긴 합니다. 최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카일리 림펠드 박사와 미국 텍사스대 마게리타 마란치니 박사 연구팀은 5월 5일(현지 시각) 네이처 자매지인 국제 학술지 '학습 과학'에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70%가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걱정과 기대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죠.
특히 초등학교 때 잘했다면 고교 졸업까지 성적이 좋을 확률도 높았으며 일란성쌍둥이가 더 일관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이런 내용은 스크랩을 해놓고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자료만 제가 쌍둥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최근 쌍둥이 형제들의 웃지 못할 기만행위가 드러나 꽤 큰 뉴스가 되었기 때문이죠. 얼마 전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필기시험에 쌍둥이 형제 중 형이 동생의 대리시험을 봐주다가 적발이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재주는 있었는지 시험은 또 합격했다더군요.
첫 번째는 이런 짓을 함께 할 정도로 형제의 우애가 좋은 점은 참 기특하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참 똑똑하게 잘 키우긴 한 모양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점은 분명히 칭찬할 만한 대목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딱 그뿐입니다.마지막에 든 생각은 그 좋은 머리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에 쓸 기회가 충분히 많을 텐데 왜 그랬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이 정도까지의 도덕적 해이가 생기려면 아마도 부모가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직함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니까요.
아이들이 일란성쌍둥이라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반을 바꿔서 앉으면 선생님이 구분할 수 있냐"라고 말이죠. 저도 아침에 비몽사몽이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이가 오면 알아보지 못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둥이들이 같은 반일 때는 친구들이 와서 "너 1호야, 2호야?"라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둘을 완벽히 구분해서 알아보는 친구는 학년이 끝날 때가 되어도 다섯 명이 채 되지 않고는 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아이들에게 장난의 범주를 벗어난 옳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게끔 잘 알려줘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물론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동물입니다.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횟수는 여러 연구결과들을 통해서 밝혀진 바와 같이 하루에 수십 건에 이릅니다. 아무래도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나 선의의 거짓말까지 포함하는 수치겠죠.
하지만 그렇더라도 법과 규범을 포함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선만큼은 절대 넘지 않고 지킬 수 있는 교육과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올바른 인성을 탑재하지 못하고 성적지상주의 사회의 정점에 올라간 자들이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이 되어 얼마나 국민들을 깔보며 괴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자주 느낍니다. 그래서 저도 성적이나 직업, 재산, 외모로 사람을 쉽게 판단해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항상 노력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그리 가르치려고 합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해서 무시하지 말고 공부가 인생의 다가 아님을 알려준다면 아이들도 좀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줄 요약 : 똑똑하기만 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만약 끝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