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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지 못하면 잘라라!

고르디우스의 매듭

by 페르세우스



며칠 전에 집에 10kg짜리 쌀 한 포대가 배송되어 왔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양이 늘어서 기꺼운 마음으로 시킨 쌀을 안으로 낑낑거리며 옮깁니다. 그동안 새로이 쌀이 배송되면 저는 항상 쓸데없는 고집으로 싸움을 해왔습니다.



그건 바로 쌀포대에 묶여있는 실매듭을 풀기 위한 싸움입니다. 실로 이리저리 돌려서 앞뒤로 매듭 지어 꼼꼼하게 묶어놓은 포대를 보면 왠지 모를 호승심이 생깁니다. 손으로 차근차근하다 보면 풀면 풀릴 수도 있다고 말이죠. 해보신 분들은 더 잘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한 땀 한 땀 이태리 장인정신으로 풀어나가도 금방 풀리지 않습니다. 시간은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성질이 날 때도 있습니다.


매번 그렇게 매듭을 손으로 야금야금 풀어왔었는데 이번에는 과감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가위를 들고 와서 아랫부분을 싹둑 잘라버린 것이죠.

에라, 모르겠다!




이 매듭을 보면서 유명한 옛날이야기인 <고르디우스 매듭>이 떠올랐습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풀지 않고 칼로 잘라버려서 더 유명해진 전설 속의 매듭입니다.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뜻 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프리기아의 수도인 고르디움에는 고르디우스의 전차가 있었습니다. 그 전차에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매듭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설로는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이 매듭을 풀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죠. 그런데 알렉산드로스가 그 지역을 지나다가 이 전설을 듣고는 칼로 그 매듭을 잘라버렸다고 합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보통 우리도 골치 아프고 도무지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버린 알렉산더처럼 잘라버리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조금만 더 노력하면 풀 수 있을 것 같아서였겠죠. 이 경우는 메타인지가 부족해서라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매듭을 자르면 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설사 매듭을 자르면 된다는 생각을 했더라도 그걸 실천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의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런 문제 중에 도저히 답을 찾기 힘든 문제는 많지 않습니다. 매듭을 자르는 것처럼 간단하게 실천하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고 주위에서 해주는 조언도 그 방향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그걸 실천하기가 힘이 듭니다. 매듭을 자르기 위해서는 강한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니까요. 결국 우리는 매듭을 자르지 못하고 계속 손으로 풀기 위해 애를 계속 쓰고는 합니다. 인간은 안전지향적이고 다들 그렇게 살고 있고 이렇게 하는 것이 검증되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가끔은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보다는 과감한 방식이 일을 해결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근심거리들 중에서도 생각보다 해결방법이 간단한 것들이 있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과감한 방식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Shall we cut the knot(매듭)?


한 줄 요약 : 때로는 과감한 결단이 문제를 훨씬 쉽게 해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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