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계절의 여왕이자 장미가 활짝 피는 시기인 5월도 어느새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5월은 특히 10월, 11월에 이어 결혼식이 많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경조사메일로도 결혼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지죠.
저는 지난주에 오래된 후배의 결혼식에 갔습니다. 사실 결혼식은 아이를 키우면서 여력이 되지 않거나 근무가 겹쳐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말 미안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태어나고 직후 3~4년간의 결혼식이 그랬죠.
하지만 청첩장을 가지고 근처로 찾아오기까지 하는 후배의 정성에 사정이 있어서 가기 어렵다고 말할 재간이 없었죠. 다행스럽게도 시간도 가능했고요.
서울의 한 웨딩홀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친구나 회사동료의 결혼식이 아닌 후배의 결혼인지라 대화할 사람도 없어서 차분하게 앉아 결혼식 풍경에 대해 많이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제 사촌동생의 결혼식에도 주례가 없었는데 이제 이런 식의 결혼식이 점점 대세가 되려는 모양입니다.
아직 미혼인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주례 없는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까요. 우리나라의 가장 큰 허례허식의 하나인 결혼식도 조금씩 간소해졌으면 하는 바람이긴 합니다. 저는 소신이 별로 없어서 남들이 하는 대로 결혼식을 치렀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거든요. 폐백, 예단, 예물, 답례품, 피로연 등등 생각해 보면 힘든 기억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이번 결혼식의 청첩장에 계좌번호가 적혀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결혼했던 2009년에 아버지께서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넣으셨다가 지인들에게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으신 적이 있거든요.
물론 아버지께서도 할 말은 있으셨습니다. 그동안 주 활동지와 거리가 먼 곳에서 결혼식을 치르면 갈 상황이 못된다면서 축의금을 보낼 계좌를 물어보는 경우를 자주 보신 것이죠.
그래서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어놓으면 서로 편하겠다 생각하신 겁니다.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인데 되려 심기가 불편하셨던 분들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을 보니 인터넷 뱅킹을 넘어 폰뱅킹까지 인터넷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역시 무엇이 되었든 간에 시기를 잘 타야 하나 봅니다.
재미있는 점은 요즘은 온라인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고 하네요. 이러한 변화 하나하나가 간소해진 스몰웨딩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나고 나니 아쉬운 부분들이 생각이 많이 나네요. 그래도 다시 결혼준비를 할 일은 없을 테니 다행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