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이들이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6학년이 되어 처음 하는 야외활동이라 아이들이 기대와 걱정이 컸습니다.
보통 저학년 학부모님들은 현장체험학습 시즌이 되면 걱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걱정의 종류도 아주 다양합니다.
"체험학습을 어디로 가는 걸까?"
"빨리 공지를 해주면 좋겠는데 왜 아직 안 해주지?"
"여기가 현장체험학습으로 보내기 괜찮은 곳일까?"
"그런데 현장체험학습을 꼭 보내야 할까?"
"도시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인 부모의 입장에서는 꽤 진지한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요.
둥이들의 이번 학기 체험학습지는 고양에 있는 스포츠몬스터라는 체육시설이었습니다.
신체활동이 적은 아이들을 위해 꽤 괜찮은 선택이라 보였지만 늘 걱정이 많은 저로서는 '보내지 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죠. 사전정보가 없는 곳이니까요.
그렇지만 6학년이나 된 아이를 가진 부모가 그런 생각을 오래 할 리가 없습니다. 그간 몇 년 간의 경험으로 비춰봐서 현장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더불어 추억을 선사해 줬으니까요. 주위의 부모님들도 고학년이 될수록 현장체험학습은 빠지지 않고 보내려고 합니다. 결국 그렇게 아이도 부모도 더 성장하는 것이죠.
문제는 도시락이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은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집에서 챙겨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마땅한 식당이 없어 도시락을 싸야 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제가 도시락을 싼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업은 아내가 합니다. 물론 제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준비해 놓아야 할 재료들을 미리 사다 놓고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옆에서 충분히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죠. 그래야 아이들 앞에서도 아빠의 위신이 설 테니까요.
오늘의 도시락은 유부초밥, 베이컨 떡말이, 토마토/사과, 미니샌드위치입니다. 저학년 때는 따로 의견을 내지 않던 아이들이 메뉴를 고맙게도(?) 똑 부러지게 정해줍니다. 체험학습 전날부터 아내는 열심히 준비를 해서 도시락을 완성했습니다.
도시락을 싸는 일은 물론 힘듭니다. 그렇다고 너무 대충 준비하는 건 미안한 일이죠. 아이들에게는 일 년에 겨우 두 번 있는 행사인데 대충 해주고 아이의 속상함을 지켜본다는 건 미안하고 마음 아픈 일이 될 테니까요.
아이들은 제시간에 집을 나섰고 버스를 탔습니다. 목적지인 스포츠몬스터에 도착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점심도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퇴근도 하지 않았는데 거기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놀다 왔는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습이었습니다. 집에 돌아간 뒤에 충분히 들어줬습니다.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있었는데 아이의 입을 통해서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때로는 재미있게 또 때로는 심각하게 말하기도 했고 진지하기도 했죠.
선생님이 찍어주신 사진을 보니 다들 즐거워했던 모양이어서 저도 흡족했습니다. 다녀온 아이들은 일기를 두 장이나 쓰느라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네요. 이 한 번의 경험으로 인해 추억도 쌓고 친구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도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함께 논다면 그것대로 물론 좋겠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배우는 점도 있습니다.
부모와 하기 힘든 경험을 반나절만 하고 왔을 뿐인데 조금 더 성장해서 돌아온 아이를 보니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줄 요약 : 부모가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해줄 수는 없다. 다양한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