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한전아트센터의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전시회를 하는지를 오며 가며 확인을 할 수가 있죠. 이번 한 주 동안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는 전국의 전통공예 명장들 36명의 작품 6백여 점을 출품하여 전시하는 [2023 대한민국 전통공예 미술 명장 대표작가 초대전]이 열렸습니다.
솔직히 저는 예술에 조예가 있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관심은 많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활동을 주관하는 좌뇌형 인간인 저는 늘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부분에 능력이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입장료를 따로 내지 않고 이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은 큰 행운이라고 볼 수 있죠.
예술무식자라서 명장이라는 표현도 낯설었지만 호기심이 일어서 잠시 들러 관람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미술을 회화와 같은 그림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글씨나 조각, 공예도 포함되며 건축도 넓은 범위의 미술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첫 번째로 들어갔던 전시실에는 서예작품이 많았습니다. 알아보기 힘든 글씨도 좀 있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인정받은 글씨라는 생각에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불현듯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따로 서예를 배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는 붓, 먹, 벼루, 연적 등등의 준비물을 챙겨야 했고 벼루에 먹을 가는 일부터 손이 많이 가다 보니 끈기 있게 하진 못했습니다. 작품들을 보니 참 정성스럽고 정갈하게 쓰셨다는 생각은 확실히 듭니다.
다른 관에서는 민화와 금속공예, 도자기와 같은 작품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대상의 특징을 잘 살린 민화를 보니 놀랍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글씨는 지우개로 지우면 다시 쓸 수 있지만 이런 작품들은 한 번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으니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금속공예작품과 도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운 열기를 견디며 만들어낸 작품들이라 그런지 보기만 해도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각 전시실 입구에는 테이블 하나를 두고 각 명장들의 소개를 간단하게 해 놓은 팸플릿을 비치해 두었습니다. 다 읽지는 못하고 몇 개만 챙겨봤는데 대단한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견디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이겨내셨는지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고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화를 지켜간다는 점에서 이분들의 노력이 참으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것만 좋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와 우리 예술작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 짧지만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