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활동이 약이 되었는지 2년 차의 활동은 작년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많이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보통 심의를 하면 오후 시간 동안 사안 파악을 하고(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출석한 피해자 측의 심의를 한 뒤 가해자 측과도 심의를 합니다. 그러고 난 뒤 최종적으로 조치결과를 조율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2019년부터 개정
이 학폭위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얻는 점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돕기 위함입니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도 중학교 때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피해를 입은 아이나 부모님을 돕고 행여나 모를 억울한 가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게끔 최대한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판단하여 사안을 잘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두 번째 장점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사례별로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어 심의로 오는 경우를 보면 별의별 경우가 다 있습니다. '이런 경우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사례도 생각보다 많죠. 신체폭력,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집단따돌림, 성폭력 등 다양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피해사안에 대한 정도는 알려줍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학교폭력 접수가 되어서 심의를 했다는 정도는 알도록 말이죠. 당하지도 않아야겠지만 자신의 행위를 단순한 장난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친구에게 상처나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장점은 부모로서의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심의를 할 때 가해자 학생의 부모님들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 중에 늘 공통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이런 아이가 아닌데..."입니다. 실제로 수십 페이지에 걸쳐 제출된 방대한 자료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그만큼 잘 모른다는 의미인 셈이죠. 저도 아이를 완벽히 안다고 과신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심의를 통해 많이 얻습니다
마지막 장점은 토론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입니다. 저도 이 장점은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심의위원들이 모두 생각이 같은 로봇들만 앉아있는 것이 아니기에 심의에 대한 이견은 언제나 몇 가지씩 발생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합의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증언, 자료에 대한 해석만 해도 판단결과가 다른 경우가 보통은 열 번은 넘습니다. 그때마다 열띤 토론을 해야 하죠. 보통 다섯 명 내외의 위원님들이 계시니 토론은 항상 뜨겁습니다. 저 혼자서 나머지 네 위원님을 설득해야 할 때도 있었으니까요. 이러한 경험들이 생각지도 않게 제 말하는 능력을 키워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폭위 심의는 보통 4시간 정도를 하는데 하고 나면 그 어떤 활동을 한 시간보다 에너지가 많이 빠집니다. 자료 하나, 말 한마디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심의위원이 되긴 했지만 심의를 많이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심경이긴 합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참 힘든 시간이니까요. 좀 더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학교가 되길 바라지만 통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저는 올해도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예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됩니다. 이런 사후약방문 말고 근원적인 대책은 어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