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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독서모임

by 페르세우스



어제 저는 오랜만에 독서모임을 하러 갔습니다. 대략 시간을 따져보면 4년도 훨씬 넘은 시간만에 말이죠. 원래 독서모임은 예전부터 좋아했던 활동이었습니다. 평소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책을 주제로 소통을 하는 일은 멋지고 건설적인 일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난 몇 번의 독서모임은 과정이나 결과가 그리 결과가 개운치는 못했습니다. 일단 책을 읽지 못하고 오는 경우부터 모임의 본질인 책 이야기보다는 관계없는 사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죠. 제가 주도해서 진행하는 모임이 많았기에 그런 상황들은 중심을 잡지 못했던 제 잘못이 가장 컸습니다.


그런 이유로 독서모임을 점점 더 멀리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멘토(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이신 최승필 작가님이 독서모임을 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7aR7yStng0A



당연히 일말의 고민 없이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수정예로 8명으로 한정된 모임이다 보니 일단 신청에 성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한 달 동안 네 번의 모임 중에 유일하게 자리가 남은 토요일 모임을 발견했고 책 제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신청서를 쓰고 입금부터 했죠.


가끔 집도 보지 않고 가계약금부터 쏘는 경우를 보며 왜 저렇게까지 하냐는 생각을 했는데 그 마음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다행히 신청까지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모임신청에 성공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소수정예 독서모임 오픈채팅방


모임이 확정되자마자 책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구의 증명>이라는 책이었는데요.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책이니까 선정하셨겠거니 하면서 무지성으로 밀리의 서재에서 찾아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작가님께 가진 신뢰도가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해봅니다.


밀리의 서재에서도 따로 역주행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 이 책의 인기를 증명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은 술술 잘 읽혀서 이틀 만에 완독은 했습니다.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의 책이었죠.


독서모임 때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독서모임 전에 모든 참석자들이 책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단톡방에 올리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디데이가 되었습니다. 컨디션이 아직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기다렸던 시간을 취소하기에는 너무 아깝기에 아침에 병원을 다녀오고서 부지런히 준비를 했습니다.


작가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남양주의 공독서가로 아이들과 함께 출동합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북카페처럼 운영하는 곳이라 아이들과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되었던 거죠. 항상 밖에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니즈에도 딱 맞았고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시시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도 잠깐 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재미있어합니다. 최승필 작가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거의 반평생을 연구하신 분이니 이곳에 있는 책은 그야말로 아이들에게는 숨겨진 보물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료수까지 시켜주고 난 뒤에 아이들은 각자의 할 일을 하라고 일러준 뒤 저는 안쪽에 있는 독서모임을 하는 소모임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생각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책에 대해서 신랄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대화를 나누었고 제가 생각했던 궁금증에 대한 부분도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가님께서 중심을 잡고 진행해주시니 깔끔하게 시작하고 마무리되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미리 출력해서 준비해 주신 질문지에 깨작깨작 이것저것 적기는 했는데 다시 읽어보려고 하니 엉망이네요. 다음에 간다면 좀 더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원래 계획된 두 시간보다 15분을 넘기고서야 즐겁고 열띠었던 독서모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도 만족스러웠고 아이들도 책을 두 시간이나 읽었다고 하니 여러모로 대만족이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민 끝에 이 글을 하면서 남깁니다. 이 글로 인해 이 독서모임이 지나치게 널리 알려진다면 제가 다음에 높은 경쟁률로 인해 신청하기 어려워질까 싶어 걱정이 되어서 말이죠.


한 줄 요약 : 책을 읽고 그걸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면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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