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따로 시간을 내서 주기적으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4학년 때부터 아이들은 수학학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일단 수학학원들이 선행학습을 시키기 위해 아이들이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진도가 빠르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고 아이들을 고3까지 계속되는 마라톤에서 벌써부터 전력질주를 시키고 싶은 않은 이유도 컸습니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선행학습을 하느니 1~2학기 정도의 예습 정도로 수학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충분히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계획표를 만들어 공부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어려워하는 단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고민하면서 이해를 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좀 달라 보였죠.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워나가던 중에 암초를 만난 겁니다.
결국 제가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나서던 것을 주기적으로 가르쳐주기로 한 것이죠. 아내가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학원이나 과외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 작전이 정말 좋은 전략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당연히 아이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도 미리 귓속말로 학원 가기 싫으면 우리 서로를 배려하면서 잘하자고 은밀한 동맹을 맺습니다.
학원을 가지 않겠다는 일념하나로 삼부자가 대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래 봬도 공대생 출신인데 중학교 1학년 수학 정도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동안 몸이 아프기도 했고 정신없이 바쁜 시기도 겹쳤던 지라 아이들의 공부에 그다지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알려주면서 수학 공부를 했던 터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죠. 잘해나가다가 조금 높은 방지턱을 만났는데 스스로 건너가기는 벅차다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된 뒤 본격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에게 야간근무를 하면서 영상통화로 문제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전달력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보니 가르치는 쪽이나 듣는 쪽이 모두 녹록한 상황이 아니어서 목소리 톤이 많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아이의 자신감이 떨어졌던 부분도 영향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초반에 잠시 어려움을 겪기는 했으나 다행히 미리 시간을 정해놓고 아이들에게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기 시작하니 서로 만족도가 올라갔습니다. 저도 말하면서 흥분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고 아이들도 집중해서 들어주니까요.
자유학기제부터 고교학점제까지 교육정책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교육정책은 호떡 뒤집듯 바뀌고 기사가 나올 때마다 그에 따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경우가 많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늘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당연히 저도 그런 부모 중 한 명이죠.
그렇지만 아이에게 스스로 읽고 이해하려는 능력과 그걸 지속할 수 있는 끈기가 없다면 우리 아이에게 가장 유리한 입시제도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교육은 역시 옆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용도일 뿐이죠. 이제는 평생 공부를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시대인데 평생 동안 사교육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 공부해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끈기 있게 해 나가는 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이 쉽게 키워질 수 있었다면 이 단어가 그렇게까지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지만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전문강사가 아니기에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듭니다. 저도 바쁘고 할 일이 많다 보니 의지가 약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집은 아이가 둘이니까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흥분을 누르고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고 난 뒤 아이들이 이제는 이해했다며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만큼 또 보람된 일이 없습니다.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너무 쉽게 버리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시간이 조금씩 쌓인다면 아이들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