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는 아이들과 함께 정말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바로 <책 먹는 여우>와 <잭키 마론 시리즈>를 탄생시킨 독일의 프란치스카 비어만 작가님을 만나러 가게 된 것이죠.
이 여정의 시작은 yes24에서부터 온 메시지에서부터였습니다. <책 먹는 여우> 시리즈의 후속작 개념인 잭키 마론 시리즈의 신작인 <잭키 마론과 푸른 눈 다이아몬드>가 최근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홍보를 하기 위해서 작가님이 내한하셔서 7월 15일에 기념 강연회를 하는데 신청을 하라고 메시지가 온 것이죠.
워낙 한국에서의 <책 먹는 여우> 시리즈의 인기가 높다 보니 이런 행사가 진행된 모양이었습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일단 아이들에게 물을 시간도 없이 신청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들도 흔쾌히 함께 가겠다며 동의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스스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첫 책이 바로 이 책이었고 집에도 이 작가님의 시리즈가 꽤 많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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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강연회에 정상적으로 신청이 잘 되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기대감이 점점 커지는 느낌입니다.
드디어 강연회 날이 밝았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마포도서관은 예전에 한 번 방문해 본 적이 있지만 저희 집에서 이동하기에는 꽤 먼 거리였습니다. 차로 가기엔 더 힘들 듯하여 지하철로 갔는데 1시간 10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궂은 날씨였지만 도서관에는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습니다. 행사장인 세미나실도 큰 편이어서 그 규모를 짐작케 했죠.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행사포스터를 보니 진짜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재밌었던 부분은 부모가 함께 앉는 구조가 아니라 앞 쪽에 있는 원형 테이블에 아이들이 앉고 보호자들은 뒤 쪽에 의자에만 앉게 강연장이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비어만 작가님이 등장하시고 강연회는 신작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중간까지만 하고 실습으로 바로 이어졌습니다. 비어만 작가님의 이야기를 독일어 통역을 해주시는 선생님이 전해주시는 거죠. 여담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이 태어나서 가장 길게 독일어를 들은 날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어진 과정은 실제로 본인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시연하면서 아이들에게도 해보게끔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책으로만 봐왔던 여우가 어떤 순서대로 그려지는지 알 수 있고 또 직접 해보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순서대로 그려나간 끝에 최종적인 작품이 나왔습니다. 그 과정을 끝까지 함께 한 아이들도 생각보다 재미있게 잘 그려냈고 평생 추억이 될만한 선물을 스스로 만들어서 갖게 되었습니다.
1호와 2호의 작품들
마지막에는 입장할 때 받은 번호표 순서대로 사인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심지어 어른까지도 팬층이 두터운 분이었기에 이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저희는 100명이 넘는 순번 중에서 중간 정도를 받았죠. 1호, 2호 그리고 저입니다.
그런데 저희 차례가 되어 짧은 대화를 나누고 사인을 받는데 갑자기 사진은 시간 관계상 곤란하다고 행사관계자가 그러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바로 직전에 사인을 받고 간 가족도 기념촬영을 함께 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봤는데 말이죠. 생각보다 시간이 지연되어서 저희 가족부터는 사진을 생략하려는 모양이었습니다.
어느 행사에서나 생길 수 있을 법한 상황이었죠. 평소 누군가와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마저 사진을 먼저 찍고 싶다고 했으니 그냥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면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죠. 잠깐 담당자분께 사정을 해볼까 고민하던 그 찰나!
놀랍게도 비어만 선생님이 괜찮다면서 몸을 앞으로 내밀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저와 아이들이 준비한 이 문구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요. 이 문구를 사인을 받으면서 휴대폰 화면으로 보여드렸거든요.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라는 뜻을 구글번역기로 돌려 캡처한 사진입니다.
어렵게 찍은 이 사진에 대한 진실은 아마도 비어만 작가님만이 아시겠죠.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길에 오늘 강연회가 어땠냐고 물었더니 정말 좋았다고 하네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을 해줘서 저도 고마웠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고 하면 저라도 혼자 가야 하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이 작가님의 팬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출판사 담당자분(사진 못 찍는다고 하신 분 말고 다른 분)의 말씀이 대학생 팬이 와서 사인을 받고 갔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는 점입니다. 저도 창피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오늘의 경험도 소중한 추억이 되어 아이들이 자라는 데 귀한 자양분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저 역시 이날의 경험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좋아하는 작가와의 만남은 언제나 설레고 행복하다
※ 이번 폭우로 인해 발생한 수해로 인해 큰 고통을 입으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