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쉽지 않은 아빠 노릇

by 페르세우스



인생의 다양한 역할들 중에서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되면 많은 걸 내려놔야 합니다.



특히 엄마라는 역할이 생기면 다른 어떤 역할보다 얻는 것도 크지만 양보해야 하는 부분도 많죠. 아이를 잉태하고 있는 동안의 과정도 신체적, 정신적인 어려움이 크고 낳은 뒤에도 산후우울증이나 수유를 비롯한 문제도 그렇죠.


엄마에게는 비할바가 못되지만 아빠라는 역할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것들을 양보하고 포기하며 삶의 방식에 변화를 꾀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죠.




그런데 그런 변화 중에서 제가 정말 하기 힘들어했던 분야가 있으니 바로 '물놀이'입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어서 물을 일단 싫어하는 데다가 수영을 배워보려는 시도가 계속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맥주병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문제는 아내를 비롯한 아이들이 물놀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아내와 연애를 할 때도 신혼여행을 비롯해 결혼생활 중에 여행을 할 때도 바다에서의 액티비티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수영이나 스노클링 같은 것들이죠.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정이 들까 싶지만 할 때마다 힘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때 저와 함께 노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수영 못하는 아빠는 정말 가지고 놀기 좋은 놀이 기구인 셈입니다.


이번에 강원도로 좀 이른 피서를 와서 일정 중의 하루를 워터파크에 가는 걸로 온전히 할애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물놀이는 고사하고 사람 많은 곳도 정말 좋아하지 않습니다. 붐비거나 줄을 서는 것이 성격상 맞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하루를 온전히 아이들과의 시간으로 씁니다. 아이들은 수영을 하지도 못하는 아빠에게 물에 뜨는 걸 가르쳐 주겠다면서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제게 잔소리 듣고 혼났던 걸 앙갚음하는 듯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여기에서는 아이들이 더 강자인 것을..



아이들이 태어나서 아빠라는 역할을 생긴 만큼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납니다. 그중에는 만약 제가 미혼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도 많죠.



지금은 당장 아이가 부모의 고생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아이가 부모의 노고를 이해해주고 알게 되는 날이 올 겁니다.



그렇지만 아빠라는 역할로 얻게 된 행복과 가치도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인 가족이라는 건 인생을 살면서 가장 튼튼하고 멋진 울타리일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태어나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거, 정말 멋지지 않은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특별한 방탈출 생일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