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몇 번이나 이 글을 쓸지 말지를 고민했습니다. 이 글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았고요.
저는 원래 글쓰기에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감한 주제는 다루지 말자.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글을 누군가를 죽이거나 상처를 주는 칼로써는 쓰지 말자고 말이죠.
하지만 자녀교육 책을 쓰는 입장에서 그리고 한 사람의 학부모로서 몇 자 적어봅니다.
그제 생긴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한 사건에 이어 어제 일어난 참담한 사건은 하루 종일 제 마음을 지긋이 짓누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교사는 아니지만 학교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학부모로서 선생님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만나왔기 때문에 그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마음이 더 무거웠던 이유는 그동안 누구와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말하지 못했으며 말했다고 한들 해결이 될 수 있었겠느냐는 현실에 대한 참담함이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소로 학교를 선택한 고인의 절박한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성역 없이 낱낱이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으며 사안에 대해서는 섣불리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진상이 밝혀진다고 해도 이 현실이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더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저 역시 자녀교육에 관한 책이 곧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늘 주위 부모들과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살펴봅니다. 물론 제 자신부터 되돌아보며 아이들도 되돌아보는 시간이 우선되어야겠죠. 그렇지 않고서 남에 대해서 감히 왈가왈부할 수 해서는 안 될 말이니까요.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성년이 되지 못한 자녀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부모에게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점을 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부모가 존재하고 그런 부모에게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채 인성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아이는 일명 '금쪽이'가 학교 현장을 어지럽히며 그 부모마저 학교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와 부모로 인한 문제는 비단 선생님들만 고통을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도 그런 상황으로 인해서 학습권을 명백히 침해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제 학생이 과연 선생님한테만 그랬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동급생들의 보이지 않는 피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았겠죠.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평등권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이는 선량한 피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가 함께 해야 합니다. 그 부분이 교육계에서는 상당히 간과되고 있죠. 부모의 책임 또한 배제되어 있다는 점 역시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상황을 아이를 통해 몇 번 인지를 했고 선생님께 문제 제기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선생님이 중간에서 가장 힘드실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언급하지 않았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한 이유 역시 그 부모가 바뀌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민원이라면 저 역시 회사에서 치를 떨면서 감당해야 했던 적이 있었기에 어떤 기분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좀 덜한 편이었지만 전화상담 위주의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실제로 다른 직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보다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암에 걸려서 휴직을 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아마 더 했으면 더 했지 모자라지는 않으실 겁니다. 실제로 얼마 전 인근학교에서도 한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담임선생님이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휴직 신청까지 하신 적도 있었으니까요. 놀라웠던 사실은 그 부모가 사회 지도층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강성 민원은 제대로 못 배운 교양 없는 사람만 한다는 인식은 무지로 인한 편견이었던 거죠.
이런 상황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자로서의 소신을 가지고 왜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하냐고 선생님들을 비난하기에는 너무 뻔뻔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이유로 평소 저는 제대로 된 부모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인구가 줄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아이를 무조건 많이 낳기만 하라고 말하지만 말고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준비는 되어 있는 사람만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공부보다는 인성과 공감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아이만이 아닌 다른 아이들도 배려할 수 있으며
선생님을 갑을 관계가 아니라 동료나 파트너로 존중할 수 있고
자신부터 먼저 되돌아보며 부족함이 없는지 살필 수 있는 부모.
현재 학부모회장을 하면서 학교 내 교권보호 위원회도 맡고 있지만 다행히도 아직 한 번도 회의가 소집되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교권보호 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로는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7개이지만 실제 조치는 가장 높아봐야 출석정지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거기에 학부모에 대한 교권침해는 보호받을 방법 자체가 없으니 어찌 보면 유명무실한 위원회나 다름이 없죠.
교육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교육은 이미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세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표현하듯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로서 함께 참담함을 느낍니다. 저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내 아이만큼은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 괜찮다고 생각하고 외면해 버리면 마음은 편할 겁니다.
그래도 이 희생이 헛되지 않게 무언가 변화가 있기를 빌어봅니다. 제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