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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l 29. 2023

세탁기 이제 바꾸셔야겠는데요?

세탁기 고려장 할 뻔한 이야기



얼마 전에 집에 난감한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세탁기 문제였는데요.


사건의 시작은 집에서 사용하고 있던 드럼세탁기의 섬유유연제를 넣는 구멍에 물이 고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섬유유연제를 넣으면 세탁을 마치고 자동으로 통 안으로 들어가기는 하는데 뭔가 문제 있어 보였죠. 그래서 서비스센터에 온라인 접수를 했습니다. 점검요청을 하기 위해서였죠.


접수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언제 샀고 어떤 문제인지 정확히 물어보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문제를 말씀드리세탁기는 구매한 지 14년 넘었다고 말씀을 드리니 잠시간의 정적이 전화기 사이에서 흘렀습니다.




기사님도 당황하는 눈치였죠. 아무리 LG전자의 가전제품이 튼튼하다고 해도 14년은 흔치 않은 기록이니까요.


다음 날 기사님이 약속된 시간에 방문을 하셨습니다. 세탁기 우측에 모델명과 제조년월일이 스티커 형식으로 붙어있다고 하시던데 다시 확인했는데 없더라고요. 너무 오래되어 소멸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흔적만남은 제원사항을 적어놓은 스티커



제가 봐도 이런 골동품이 아직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기사님이 점검을 하시는 동안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못 고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다행히 세제와 유연제를 담는 통에 물때가 끼어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씀을 해주셨고 분리세척을 한 뒤 상황은 해결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넌지시 기사님도 제가 드린 세탁기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십니다. "이 정도면 정말 오래되긴 했죠. 당장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기는 합니다"라고 말이죠.




저는 평소 소비에 인색한 편은 아닙니다. 필요한 곳이 있다면 돈을 쓰죠.


하지만 불필요한 소비에는 예민한 편이죠. 예전에는 아이들의 옷도 구멍이 나면 수선집에 가지고 가서 덧대서 수선을 하고 오곤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물건의 소중함과 함께 결핍에 대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제 학창 시절일 때만 해도 결핍을 경험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 합니다.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나눠주는 물품들을 비롯해 물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쉽게 버리는 물품들도 많아졌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부족함을 느낄 기회가 없고 결핍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 갖고 싶은 물건도 없어지고 하고 싶은 일까지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 이러한 교육을 하지 않는 한 아이가 배울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조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라고 주시는 용돈도 아이들에게 바로 선물을 사서 주지 않습니다. 통장으로 넣어놓고 메모나 기록을 해두죠.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선물도 제한적으로 삽니다. 


부모의 통장은 '돈 나와라 뚝딱'하면 바로 튀어나오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니까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교육은 아니더라도 물건의 소중함이나 돈의 가치, 결핍을 틈틈이 가르칠 수 있다면 이번 여름방학은 좀 더 알찬 방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줄 요약 : 돈에 대해서 가르칠 수 있는 건 부모뿐이다. 잘 모르더라도 배워가면서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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