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외활동을 많이 하시는 작가님을 만나 뵙고 제 개인적인 상담을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께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면 도움을 주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도움을 받으려고 했던 적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보통은 당황하면서 제때 조치하거나 알아봐야 하는 부분을 놓치고 심의에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행히 그런 실수는 하시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중 지하철 환승구간의 계단 앞에서 상황을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빈 휠체어 손잡이를 쥐고 서계시던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계셨던 거죠.
그곳은 휠체어를 계단으로 올렸다가 내리는 휠체어 리프트가 없는 구간이었고 그 여성분은 짐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타려는 지하철이 들어왔길래 타려고 뛰다가 갑자기 멈춰섰습니다. 그리고 되돌아갔죠. 그 여성분께 여쭤봤습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스무 개도 되지 않는 계단이어서 별로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분이 좋았죠.
그리고 마지막 도움은 길을 알려주는 상황이었습니다.
야간근무 출근을 하는데 교대역 3호선 플랫폼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Excuse me?"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잠시동안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뒤돌아봤더니 국적을 짐작하기 힘든 흑인남성 한 명이 제게 말을 건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교대에서 안산역에 있는 목적지까지 갈 계획이었는데 길을 헤매고 있던 차였죠.
"당신의 목적지가 어디인가요?"
"~~~~~~~~~~~~~~~~~~~~~~(잘 못 알아듣겠음)"
"당신의 휴대폰을 나한테 보여주세요"
확인해보니 목적지가 안산이더라고요.
"당신은 2호선을 타고 사당으로 가야 합니다. 그 뒤에 4호선을 타고 안산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Ok"
"당신은 이 계단을 올라가면 사당으로 향하는 2호선을 탈 수 있습니다."
"Ok, thanks you"
그런데 이 친구(확실히 나보다는 어려보이는 느낌적인 느낌이었기에)가 2호선을 타러 가야 하는데 계속 제 옆에 서있는 게 아니겠어요. 제 말을 알아들었는지 걱정스럽더군요. 2호선을 탈 수 있는 플랫폼 방향으로 길을 다시 알려줬더니 그제야 제 말을 이해한 눈치였습니다.
그렇게 모든 대화를 마무리 한 뒤 헤어졌습니다.
그의 마음이 급해보였기에 인증샷이라도 하나 찍거나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보지 못한 점이 아쉽네요.
이게 다 제가 영어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덕분에 영어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왜 원어민과 대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사일기도 충분히 좋지만 이러한 나눔이나 도움을 주제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말씀하신 "네가 베푼 선행이 지금은 모르겠지만 결국 자식들에게 돌아간다"라는 말을 실천할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언젠가부터 저희 집에서는 착한 일을 하고 자랑하는 시간이 늘어나서 감사히 생각하고 있는데 저도 아이들에게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기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