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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ug 14. 2023

아이에게도 어려운 질문을 던진 <콘크리트 유토피아>

토론할 수 있는 영화




식구들과 다 함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지난달에 영화관을 방문한 뒤 한 달만이었죠.


사실 저는 원래 최신 영화 감상평 이런 건 쓰지 않습니다. 잘 쓰지도 못할뿐더러 유행에 뒤처지면서 살고 싶다는 제 소신과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쓰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생겨 몇 자 적어봅니다.




원래 아이들과 15세 이상 영화는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15세 관람가만 되더라도 생각보다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장면이 많기 때문이죠. 다만 그런 상황이 생기면 아이들과 꼭 보면서 시청지도를 합니다. 아이들이 무섭게 느끼거나 당황스러웠거나 보기 불편했던 장면들은 어떤 부분이었는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죠.



그래서 5월에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 >를 볼 때도 그랬고 7월에 제가 존경하는 톰 크루즈 형님의 <미션임파서블 7 : 데드 레코닝>도 함께 보고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보게 된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단순하게 부수고 폭발하고 때리고 뺏고 도망가고 쫓아가는 블록버스터형 액션영화였다면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훨씬 더 무겁고 어려웠으니까요.





그래서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예고편과 유튜버들의 사전리뷰 영상도 챙겨봤습니다. 아이가 보기에 지나친 부분이 나오면 곤란하니까요.


<범죄도시 3>가 15세 관람가였던 것처럼 영화 관람 등급은 가끔 이현령비현령 같을 때가 있기에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변 CGV로 가서 관람을 했는데 화제작이라 관객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득 차 있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히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줄었음을 올해 특히 실감합니다.




영화의 시놉시스는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대한민국에 전대미문의 지진이 찾아오고 모든 건물이 무너져버린 순간, 기적적으로 한 아파트만 살아남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한겨울에 일어난 재난으로 인해 유일무이한 생존지가 되어버린 황궁 아파트! 그 아파트를 둘러싼 입주민과 외부인과의 갈등을 그린다. 그 중심에 있는 이병헌과 비슷하게 생긴 영탁과 박서준을 꼭 닮은 민성 그리고 그의 부인 명화(박보영)를 둘러싼 생존기를 다룹니다.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은 어떻게 나눌 수 있으며 누가 나눌 수 있는가 등의 인간사회의 근원적인 물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은 모든 것이 풍족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너그러워집니다. "곳간 위에 인심 난다"는 말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본성이 드러나게 되죠.



그래서 저도 회사의 인사이동이나 감사를 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본성을 자주 보고는 합니다. 인사이동은 자신이 자리를 옮기기 위해 남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감사는 업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받고 심하면 징계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상황을 통해서 그 사람의 진면목을 깨닫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훨씬 더 극한의 상황을 연출합니다.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워왔던 일들이 엄청나게 많이 자행되죠. 일반적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려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비난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그 안에 들어가서 한 명의 구성원이 된다면 나는 집단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고 배워왔던 대로 소신 있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쉽게 답하지 못할 겁니다.



보통 아이들과 액션영화를 보고 나오면 가장 긴장이 되었던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기에 짧게라도 감상평을 쓰면 어떻겠냐고 하더라도 대동소이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확실히 이야기할 거리가 정말 많았습니다.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ㅇ 이 영화에서 악역은 누구인가?

ㅇ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아니면 악한 존재인가?

ㅇ 그렇다면 인간을 그런 기준으로 나누는 건 옳은가?

ㅇ 민주주의 사회에서 계급은 존재하는가?

ㅇ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가치인가?

ㅇ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배척하거나 공격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ㅇ 인간은 더불어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

ㅇ 이렇게 아파트에 집착하상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인가?




아이들도 일기를 쓰면서 간단히 적어보려는데 아주 어려워합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너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짧게 요약해서 정리를 해보려 했는데 엄청 어려웠네요. 잔인한 부분도 나오고 충격적인 장면도 있기에 아이들과 보면서도 중간중간 놀라긴 했지만 아이들과 영화를 함께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날까지도 아이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눴으니까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글이 아닌 영상을 통해서 생각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 관람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줄 요약 : 인생의 지혜는 책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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