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는 뜻깊은 경험을 했습니다. 바로 '아이스버킷 챌린지'인데요.
사연은 열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갑자기 주말에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책과강연>에서 백일백장(백 일 연속 글쓰기 프로젝트)을 담당하고 계신 심혜영작가님이셨죠.
전달해 주실 말씀이 있으신가 해서 반갑게 맞았는데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작가님, 혹시 인스타그램 쓰세요?"
그 질문에서 묘한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지금 브런치 활동에 블로그까지 하느라 매일 허덕거리고 있던지라 인스타그램을 할 생각은 전혀 없어서 설치만 해놓고 쓰지는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안 한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휴대폰에 제가 모셔놓기는 했어요"라고 답을 드렸죠.
제 대답을 듣고 돌아온 제안은 상당히 당황스러웠죠.
심혜영 작가님 자신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지목을 받아서 할 예정인 저를 데 다음 주자로 지목을 해도 되겠느냐는 말씀이었습니다. 자신이 지목을 받으면 세 사람을 지목해서 널리 알리는 것이 이 이벤트의 취지더라고요.
제 평소 지론은 '기회가 있으면 일단은 해보자' 이기 때문에 나쁜 짓도 아니고 취지가 좋은 일이라 크게 고민을 않고 승낙을 했습니다.
그런데 참고자료를 비롯해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 홍보자료
1. 이런 활동은 유명인사들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해도 되나?
2. 내가 또 세 사람을 지목해야 되는 거네?
3. 난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에 뭘 올려본 적이 없는데?
1번의 문제는 제가 뻔뻔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제가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하는 걸로 끝나지 않고 세 사람을 추가로 지목해야 한다는 점이었죠. 전화를 끊자마자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뒤지면서 열심히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1. 최근에 뵙거나 연락을 했고
2. 저보다는 SNS 인지도를 가진 분이며
3. 제 부탁을 긍정적으로 고민해 줄 수 있는 분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인력풀이 너무 좁아지더군요.
결국 마른오징어를 짜는 수준으로 머리를 쥐어짜서 세 분의 섭외를 마쳤습니다. 차라리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 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미션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를 지목하신 심혜영 작가님은 자신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셨고 제게 공식적으로 바통이 넘어왔습니다.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영상을 보여주면서 아빠도 이걸 해야 하니 도와달라고 말을 했습니다. 일단 아이들이 대뜸 물어봅니다. 이런 걸 왜 하느냐고 말이죠.
저도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한 이벤트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었죠. 루게릭병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이 얼음물을 끼얹었을 때 근육이 수축하는 고통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 아픔을 공감하고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죠.
아이들과 상의를 하고 대략적인 시나리오도 짰습니다. 촬영을 해줄 아이들의 친구 한 명도 섭외합니다. 얼음도 마트에서 가장 커다란 걸로 삽니다.
원래는 1호가 한 바가지, 2호가 한 바가지인데 아이들이 너무 부족하다고 한 박지를 더 하자고 하네요. 어떻게든 더 많이 들이부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 경건한 거룩한 취지를 녀석들이 아직 이해하기에는 좀 부족한 모양입니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좀 더 자라면 이해할 수 있겠죠.
매미가 좀 시끄러워서 목소리가 좀 묻히기는 했지만 촬영을 잘 마치고 뒷정리도 잘 끝냈습니다. 좋은 일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공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동영상을 업로드해야 하는데 처음이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던 거죠. 촬영을 해준 아이 친구마저 인스타그램을 쓰는데 그 친구한테 좀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이 게시물을 하나 올리는데 30분이나 걸려서 소위 '현타'가 많이 왔네요.
결국 여러 난관들이 있었지만 마무리를 잘하긴 했네요. 아이들에게 남을 도울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이 있다는 점을 알려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이벤트를 하면서도 역시 건강이 최고라는 진리를 새삼 또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제 기억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모습을 유일하게 보실 수 있는 영상일 겁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들어가서 보셔요. 아이들의 승인을 받아 며칠 간만 올려봅니다.
한 줄 요약 :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한 번 해봤습니다. 루게릭병 환자분들의 쾌유와 함께 애쓰시는 가족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