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페르세우스입니다.
그저께 대면강의를 하고 왔다는 글을 올렸는데 그 강의를 마친 뒤 헌혈도 했습니다. 헌혈휴가를 위해서였죠. 일 년에 두 번까지 유급휴가를 주는데 강의를 마치고 겸사겸사 하고 하면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다들 그렇게 느끼셨겠지만 그 결정은 굉장히 큰 판단착오였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 상당히 힘들었으니까요. 그냥 연차휴가로 변경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헌혈의 집이 강의를 했던 강북구청에서 정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로 가까우면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헌혈의 집까지 왔다 갔다 하는 일도 엄청 번거로울 때가 있었으니까요.
잠시간의 고민 끝에 "에이.. 그냥 오늘 해버리고 푹 쉬자."라고 마음먹었죠.
아시다시피 요즘은 직장인들에게는 휴가,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봉사활동으로 헌혈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도 일 년에 많아야 두세 번 정도 하는데 그마저도 갈 때마다 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지는 않으니까요.
헌혈의 집 입구는 그냥 빨간색이 아니라 완벽하게 피 색깔에 가까운 진한 붉은색이라는 점이 언제나 강렬하게 와닿습니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넓어서 좋습니다. 공간이 좁았던 곳도 있었거든요. 특히 지금은 운영을 종료했지만 동서울터미널에 있던 헌혈의 집이 그랬죠.
헌혈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잠시 둘러보는데 냉장고 문에 붙여놓은 '가져가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이 났는데 저도 다 마치고 생수를 하나 가지고 왔는데 괜스레 뜨끔합니다. 저도 진상이었겠군요. ㅎㅎ
광고판에 올해 활동을 장려하는 챌린지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스탬프를 열두 개 적립하면 사은품을 더 준다고 하는데 스탬프 그렇게 받으려면 전혈만으로만 네 번을 해야 합니다. 혈소판으로는 열두 번이고요. 혈장은 받지도 못해요.
사은품에 대해 딱히 아쉽거나 불만은 없지만 많은 호응을 불러올 수 있는 마케팅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하철 역 바로 앞에 있어서 더 그런 모양입니다. 대기번호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사연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여성분이 방문을 하셨는데 혈압이 낮아서 채혈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은 것이었죠. 간호사님은 조금 있다가 다시 재보자고 하셨는데 결국 두 번째도 낮은 수치가 나와서 결국 하지 못하고 되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아프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건강하다는 의미처럼 보여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간호사님들이 정말 고생이 많으시지만 확실히 간호사님들에 따라 내공의 차이는 확실히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번에는 바늘을 꽂을 때 그다지 아프지 않았거든요. 연초에 했던 전혈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아파서 좀 힘들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전혈의 장점은 확실합니다. 다른 방식인 혈장이나 혈소판보다 금방 끝이 납니다.
전자문진 하는데 2분,
채혈하는데 5분,
신분, 혈압, 혈액형 확인에 3분,
의자에 앉아서 쉬는데 10분,
대기실로 나온 뒤에 10분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니 사람이 많지 않다는 가정하에 40분 정도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 센터마다 주는 간식도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뜻하지 않게 그동안 네 군데나 가보게 되었거든요.
동서울터미널센터(현재 운영종료)
천호센터
건대센터
수유센터까지 말이죠.
가는 곳마다 주는 음료와 간식이 천차만별입니다. 수유센터에서는 다이제를 줍니다. 거기에 문화상품권을 주니 책 권을 더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집 근처에 한양대, 잠실센터가 있는데 갑자기 그곳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작은 증서를 보니 뿌듯하면서도 헌혈 말고도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기회를 일부러라도 만들어서 아이들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헌혈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자세히 알려주기는 했거든요.
요즘에는 적십자에서 어플을 놓은 덕분에 제 헌혈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드커넥트라는 어플에 들어가니 헌혈을 오늘을 포함해서 그동안 15번을 했더군요. 정말 많이 하신 분들에 비하면 아주 미약합니다.
휴가를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그래도 이 피가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역할을 할 테니 그 점도 감사한 일입니다. 미약하나마 누군가를 도왔을 테니까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서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헌혈을 할 수 있는 건강함이 가지고 있음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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