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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16. 2022

동기부여와의 전쟁

어차피 억지로 시킨다고 될 일도 아닌데

 You can lead a horse to water, but you can't make it drink.(말을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이 속담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행동하는 자율성의 중요을 강조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 만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세상일은 특히 자녀교육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부모의 손이 가지 않을 수가 없죠.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인의 자녀도 별다를 것이 없고 선생님의 자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고 저 역시도 차이가 없습니다.



 저께 이 문제로 인해 아이들에게 화 난 습니다. 아이들이 모든 것에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서였죠. 3단계 공격까지 참고 버티는가 싶더니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1계 공격은 '교내 학생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 출품이 이었습니다. 작년에 큰 아이가 자기가 만든 발명품을 출품해서 장려상을 받았던 적이 있었죠.

 이번에도 미리 만들어놓은 작품이 있었기에 아이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싫어요, 안 나갈래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영문을 물었지만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일단은 더 채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2단계 공격은 기자단 공모 글쓰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진행되는 어린이 기자단 공모에 도전해보자고 제가 제안을 한 것이죠. 평소에 주제 글쓰기를 하고 일기도 꾸준히 썼기에 도전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권해본 것입니다.

 이번에도 돌아오는 반응은 똑같습니다. "싫어요. 그런 걸 꼭 해야 되는 거예요?"



 저도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얘들이 갑자기 어증에 걸렸나?' 이유라는 것을 들어보니 자기 글이 신문에 실리고 얼굴이 나오는 것이 싫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바로 되받아치고 싶어 집니다. '그러면 칼럼으로 전국적으로 얼굴 팔린 아빠는 뭐가 되니..'


 

 마지막은 역사책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전에 역사책을 읽어주려는데 한 녀석이 말합니다. "역사책 재미없어요. 읽기 싫어요."

 누적된 마일리지가 있던 저는 그 말을 듣고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않는 제 표정을 보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죠.


 물론 이런 상황에서 굳이 화내는 것은 좋은 부모의 태도는 아닙니다. 반성은 하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린대도 과연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래, 네가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고 말해도 됩니다. 아니면 화내고 으름장을 놓아서 억지로 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물질적인 보상으로 협상을 하는 방식도 있죠.

 모두 다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래서 최대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설득해서 스스로 깨닫게 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네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용기를 북돋워 줄 수는 있지만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제 기준에서는 쉽게 용인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곰곰이 생각해보긴 했습니다. 말을 물가까지 데리고 오는 것과 먹이는 것의 경계를 구분 짓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이러는 것이 억지로 물을 먹이려고 하는 행동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니면 이런 싫어증이 새로운 학년과 늘어난 수업시간과 공부량에 적응하는 것이 의외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아니면 혹시 벌써 사춘기가 온 것은 아니겠지요?!!?



 오늘 다시 한번 아이들과 찬찬히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다 보면 뭐라도 답이 나오겠지요. 물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늘 알고 있지만 아이가 어떤 것이든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하는 제 소신에 대해서 만큼은 초연해지기가 쉽지 않네요.


#과학발명대회 #어린이기자단 #역사책

#싫어 #싫어요 #싫어증 #무기력증 #만사귀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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