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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취미 만들기 대작전

by 페르세우스



지난달에 저는 <수필과비평>이라는 월간지에서 원고의뢰를 받고 기고를 했습니다. 그때 냈던 원고의 제목은 바로 '백 세 시대를 위하여'였죠.


이 글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제 곧 백 세 시대가 온다

백 살이 되면 뭐 하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아야지

백 살이 돼서도 잘 살려면 정말로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1. 건강

2. 돈

3. 친구

4. 취미




자세한 내용은 <수필과비평> 7월호에서 보실 수 있고요.


아무튼 제가 언급한 네 가지 중에서 이번 여름방학 때 아이들에게 하나 주고 싶은 선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건강한 취미생활이었죠.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활동은 있는데 거의 다 정적인 활동입니다.


한때는 좀 더 적극적인 성격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스카우트 활동을 시키고 싶어 했지만 잼버리 사태를 보니 그런 활동도 부모에게는 걱정거리가 많은 듯해 보이네요. 그나마 관심을 갖는 낚시마저도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활동입니다.


어차피 몸 쓰는 취미는 저 역시도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방법을 선회했습니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3주밖에 되지 않아 시간이 많지가 않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격리기간까지 있었던 지라 더욱 그랬죠.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선택한 새로운 취미활동은 바로 '만화책 읽기'였습니다. 건전한 놀이문화를 배운다는 점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죠.



예전에 저는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보던 세대였습니다. 학창 시절의 스트레스를 만화책을 읽으면서 풀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들은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학습만화 말고는 잘 읽지를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놀이로서의 역할에 치중한 만화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만화책을 통해서 지식, 지혜 심지어는 영감을 얻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니까요.





놀랍게도 저는 아이들을 만화방에 데려가기 위해 사정사정을 했습니다. 저는 낚시처럼 이번에도 가고 싶지 않았음에도 말이죠. 아이들을 어렵게 설득해서 천호동에 있는 만화카페 체인점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동네 유지답게 아이 친구들 두 명과 동생 한 명까지 총 다섯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생애 첫 만화가게 탐험을 하게 되었네요. 저희 아이들은 시큰둥했지만 다른 세 아이는 꽤 궁금해했습니다.




이런 만화카페는 유튜브나 기사로만 봤는데 막상 와보니 실내가 생각보다 넓고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책을 검색할 수 있는 검색대도 있었고요.




일반적인 만화책은 물론 학습만화에다 최근에 나온 웹툰 단행본을 포함해서 보드게임도 있네요. 심지어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를 위한 자녀교육책까지 있습니다.




가격은 두 시간에 음료포함해서 9,500원으로 싸지는 않습니다. 신선한 점은 pc방처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이었죠. 종일권이 2만 원 정도 했으니 점심 한 끼를 이곳에서 때우면서 하루종일 있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단 방을 따로 하나씩 줍니다. 보통은 두세 명이 방 하나를 쓸 수 있게 하는데 방은 총 30개에 못 미치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저희는 방을 두 개 얻어서 한 방은 책 읽는 방으로 하고 다른 한 방은 보드게임 방으로 썼습니다.


얘들이 갑자기 보드게임을 들고 오더니 열심히 하기 시작하네요.


고기뷔페에 가족들을 데리고 갔는데 김밥만 담아 오다가 아빠에게 혼나는 아이를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 아빠의 마음이 이랬을까요.


혼자서 저는 구시렁거립니다.

"만화책을 가지고 와서 보라고 얘들아. 보드게임은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




심지어 1호와 친구 동생은 보드게임을 마치고 나서는 홀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에서 닌텐도를 하네요. 그때부터는 포기입니다. 뭐 재미있기만 하면 되었죠.




다행히 2호는 제가 보라고 사정사정해서 골라준 책들 중에 [외모지상주의] 웹툰 단행본을 집어듭니다. 욕설이나 폭력적인 부분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제가 이미 내용을 알고 있기에 사전에 주의를 주고 보여줍니다.


결국 제가 골라준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는 아무도 보지를 않았네요. ㅜㅜ




2시간 동안 저는 만화책을 두 권 밖에 보지 못하고 계속 아이들의 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심부름꾼 역할을 합니다. 이러려고 온 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그리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다행히

ㅇ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ㅇ 다음에 또 오고 싶다




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다 함께 인생네컷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대망의 취미만들기 대작전은 막을 내렸네요.




제가 고생했다고 생색을 내고 싶지만 6학년임에도 아직 아빠와 다녀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워해야겠죠? 취미할동 만들기에 완벽하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건전한 취미활동에 대한 중요성을 조금 깨닫게 해준 듯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줄 요약 : 건전하게 만들어 놓은 취미 하나면 열 가지 잡기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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