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저는 아이들과 셋이서 처음으로 공연이라는 걸 보러 갔습니다.
원래 저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인원이 몰리는 장소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나마 예전에 아이들과 어린이뮤지컬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취학 전이라서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였죠.
이번에 보러 가게 된 공연은 바로 최현우 마술사의 마술쇼인 <ANSWER>였습니다.
원래 저 역시 한때 마술을 배워보려고 마술책을 사서 공부한 적도 있고 함현진 마술사님의 마술수업을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쌓았던 친분으로 함현진 마술사님은 제 결혼식에서 사회를 봐주시고 비둘기 마술까지 선보여 주시기도 했었죠.
지금보다 14년 젊었던 사진
아이들이 자라면서 마술에 관심을 가지길래 마술도구 세트를 선물로 사준 적이 있었습니다. 마술은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기에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사교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였죠.
2호가 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열심히 연구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두 달 정도 하더니 관심이 금세 식어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마술이라는 분야가 어린아이 혼자서 도구만으로 익히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다른 학원은 몰라도 마술학원에 다닌다면 아빠가 비상금을 털어서라도 보내주겠다고 말을 한 적도 있으니 제 마술사랑도 가볍지는 않았죠.
다른 학원은 몰라도 마술학원에 다닌다면 아빠가 비상금을 털어서라도 보내주겠다고 말을 한 적도 있으니 제 마술사랑도 가볍지는 않았죠.
그러고서 시간이 3~4년 흘러 마술은 유튜브 영상으로만 함께 즐기던 차에 한전아트센터에서 마술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꼭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굉장히 궁금했죠.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은 시큰둥합니다. 평소에 유명한 마술유튜버인 매직페이커 니키의 팬인 아이들도 막상 공연이라는 콘텐츠는 익숙하지 않았던 거죠.
또 열심히 설득과 설명을 합니다. 제 돈을 쓰고 데리고 가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지만 다행히 설득에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회사 근처까지 옵니다. 사실 한전아트센터가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바로 옆이거든요. 덕분에 아이들은 아빠가 어떻게 사람들의 이동량이 많은 지하철을 뚫고 출퇴근을 하는지 오롯이 체험해 볼 수도 있었네요.
공연은 일곱 시 반이었기에 일단 저녁부터 먹었습니다. 사무실 근처에 맛있는 칼국수 집이 있어서 가보기로 했는데 저녁에도 대기손님이 있을 정도더군요. 겨우 자리를 잡고 칼국수, 콩국수, 만둣국을 주문합니다.
1호가 칼국수, 2호가 콩국수, 3호가... 아니 제가 만둣국을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맛이 있었는지 각자 1인분씩을 다 먹고 국물까지 비워내는 모습을 보니 입 짧은 아이를 키우는 아비로서 아주 흡족하네요.
공연장에 도착해서 입구에서 사진도 찍고 티켓을 수령합니다. 휴가철 평일 저녁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로비에 꽤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포토존이 있어서 사진도 몇 장 어렵사리 찍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최현우 마술사의 공연을 봤습니다.
공연은 정말로 흥미진진하고 멋졌습니다.
위험해 보이는 마술부터 순간이동마술, 텔레파시 마술, 카드마술, 큐브마술, 탈출마술 등등 다양한 종류의 마술들이 펼쳐졌습니다. 긴장이 되는 장면들이 나올 때는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봤는데 트릭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말 놀라웠습니다.
마술사들이 싫어하는 관객 부류가 의심하고 트릭을 찾아내려는 사람이라고 하길래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도 애를 썼죠.
1시간 40분간의 공연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평가를 해주더군요. 힘들게 데려온 보람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흘려왔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하기에 공연이 끝나고 최현우 마술사가 큰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 함께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다 나갈 때까지도 바로 나가지 못하고 세 남자는 그 여운을 즐겼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도 남아있는 여운을 즐기는 중
몇 년 전의 사고를 극복하고 다시 무대에 서서 멋진 공연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니 그 점도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그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쉽게 포기하자 말자는 다짐을 했네요.
어찌 되었든 힘들게 데려온 공연이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 큰 보람과 추억을 얻었네요. 비록 여름방학 때 피서는 못 갔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서운하지는 않겠죠?
이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다시 마술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람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경험은 더 용기 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양분이 될 테니까요.
이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다시 마술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람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경험은 더 용기 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양분이 될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인생을 마술처럼 살 수 있느냐는 결국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