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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ug 16. 2023

MBTI는 혈액형이 아닙니다.



저는 몇 년 전에 한양사이버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과 청소년상담학 학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공부를 하려니 쉽지는 않았지만 운 좋게 어려운 공부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학교폭력의 상담과 이해도 수료했다는 점에서 제 학폭위원의 활동은 필연적이라는 생각도 갑자기 툭 튀어나옵니다.




상담심리학에는 현존하는 다양한 심리검사에 대한 내용을 배우는 과목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열 가지도 훌쩍 넘는 심리검사 방법들이 나오죠. 실제로 전문기관이나 청소년센터 등에서 이런 심리검사들을 저렴하게 또는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거치면서 과학적으로도 공신력이 높은 검사들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이런 검사들을 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가장 강력하고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검사방법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 MBTI입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거나 어린 세대들에게 유행하는 레이블링 게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정체성과 관련된 특정 라벨을 부여받을 수 있는 테스트를 한 뒤 해당 유형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따르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이런 레이블링 게임에 쓰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바로 MBTI입니다.


그냥 강력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99% 수준으로 말이죠.

  


이미 MBTI와 관련된 자료들은 상당히 정리되고 진전되어 일상생활에 정착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MBTI가 너무 널리 알려지면서 대중화되다 보니 소화해 내기 정도로 다양한 부가콘텐츠들이 파생되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콘텐츠들의 상당수가 통계학적이나 심리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마구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인터넷상에서 마구 돌아다니면서 자주 눈에 띄는 만큼 신뢰도가 지나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MBTI별 궁합부터 맞는 직업, 공감능력을 포함해 별 희한한 내용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이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MBTI 유형과 나쁜 MBTI유형이 나뉜 지 오래되었으며 심지어 어떤 회사는 이력서에 MBTI를 적게 하는 란을 마련하기도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가장 큰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무분별하게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일반화해서 상대방을 쉽게 판단해 버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MBTI가 16가지로 네 가지 밖에 없는 혈액형보다 어마어마하게 공신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죠.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단순하게 믿지 못할 통계적으로 산술적으로만 계산한다면 ISTJ는 약 720만 명이나 된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720만 명의 ISTJ가 모두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겠죠?




두 번째는 MBTI는 혈액형과는 달리 계속 바뀐다는 점입니다.

가장 가까운 예가 바로 접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ISTJ였습니다. 기관에 가서 직접 검사를 했으니 좀 더 공신력은 있었겠죠. 그때부터 저는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대학에 가서는 ESTJ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에 검사를 약식으로 했는데 ENFJ가 나오더군요. 혈액형은 변하지 않지만 MBTI는 변화한다는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도 재미로 검사를 해보는데 결과가 왔다 갔다 합니다.

이런 테스트는 최근의 활동이나 경험 그리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고 같은 날에 두 번을 해도 결과가 다른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그렇기에 섣불리 사람을 소에게 등급 도장을 찍듯 쉽게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아이조차도 제가 ESTJ라고 하니 자신과 궁합이 가장 안 맞는다는 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제 기준에서 저랑 아이는 6학년 아들이라는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아주 잘 지내는 편이거든요.



제가 오늘 또 검사를 한다면 ESTJ 나 ENFJ가 아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쏠린 성향이 아닌 이상 질문 하나의 답변에 따라 E와 I, S와 N, T와 F, P와 J는 얼마든지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 아이가 "아빠와 저는 MBTI궁합이 최악으로 나오는데요?"라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서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고 난 뒤 글을 적어봅니다.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를 사실로 판단하고 믿게 되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알려주었습니다.



다른 심리검사를 포함해서 이런 검사에는 언제나 전제되어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참고용으로만 쓰세요"

지나치게 몰입하고 맹신하며 진지해진다면 MTBI는 인생의 재미나 윤활유가 아닌 인생이나 인간관계의 장애물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한 줄 요약 : MBTI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인생의 방향을 정하지 말자. 그건 정말 참고용일 뿐이니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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