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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솔로> 대신 <나는 방탈출>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페르세우스입니다.



요즘 주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는솔로 16기>가 이야기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이 보시더라고요. 미혼자든 기혼자든 남녀 관계없이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 신기합니다.


16기까지 방송이 되었는데도 인기가 식지 않는 모습을 보니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의 포맷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제가 가끔 듣는 팟캐스트에서도 <나는솔로>에 대해 언급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니 이 프로그램을 봐야만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현재 제 취미생활에는 tv 시청을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여러 번 예전 글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중독에 매우 취약한 성향이어서였죠.


예전에 리니지라는 게임에 중독된 적이 있으며 한때는 미드인 <24>를 밤새 보다가 중요한 토익시험을 놓치기까지 했습니다. 모두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 번 액셀을 밟으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기에 tv프로그램이든 게임은 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런 이유로 새롭게 접근하게 된 취미생활이 글쓰기였습니다. 문제는 이 취미가 성취감이나 보람인 있을지언정 엄청나게 신나거나 재미있지는 않다는 점이죠.



그래서 최근에 새롭게 도전하게 된 활동이 바로 <방탈출 카페>입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네이버 카페의 동호회에 가입해서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오프라인을 약속을 잡아 활동을 하면 되는 방식이었죠.



이 동호회의 특징이 단톡방에서는 무조건 방.탈.출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대화 유형 1

"ㅇ월 ㅇ일에 강남 ㅇㅇ테마 ㅇ시에 잡았는데 혹시 가실 분?"

"어, 나 그거 안 했는데 저요!"

"그러면 한 분만 더 모실게요."



대화 유형 2

"ㅇㅇ테마 가보려고 하는데 어때요?"

"난이도는 ㅁㅁ랑 비슷하고 ㅇㅇ님 정도면 2명이서도 깰 수 있어요."


뭐 이런 식입니다.

대화가 이어지는 속도가 정말 빠르죠. 잠시 놓치고 있다 보면 어떤 날은 하루에도 두세 개의 팀이 만들어져서 방.탈.출 약속을 잡기도 합니다.






그렇게 몇 달을 눈으로 구경만 하다가 어제 드디어 그 동호회에서의 첫 번째 방탈출 체험을 하러 홍대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 도전이 나름대로 제게 의미 있었던 이유는 이런저런 참석자들의 이유로 그동안 세 번이나 취소가 되고서 성사된 번개였기 때문입니다.


홍대입구역에 도착해서 방탈출 카페를 찾아갑니다.




이번에 한 방.탈.출은 총 두 가지 테마였습니다. 보통 두세 가지를 한 번에 몰아서 하는 방식이 이분들의 특징이더군요. 이분들은 평균 방.탈.출 카페를 몇 백 번의 단위로 활동해 오신 분들을 일컫습니다.



이번에 함께 하신 분들도

한 분은 470번 정도 하셨고

또 한 분은 600번 넘게 방.탈.출 카페 투어를 해오신 분들이었죠.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두고 간단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스텔라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테마를 하고

곧이어 문신이라는 스릴러 장르의 테마를 하기로 되어있었죠.


이런 방식을 이쪽 세계에서는 '연방'이라고 표현합니다.




스텔라 테마에 들어가서 힌트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풀어내고 나오니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힌트를 쉼 없이 써왔던 제가 참 끈기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고수들의 일사불란한 모습에 감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테마인 문신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죠. 문신은 스릴러 장르였고 저는 평소 공포나 스릴러를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해온 상태였기에 들어가지 전부터 근육이 경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처음에 약속을 잡을 때 다른 분들도 단톡방에서 제게 물어보셨다고 하더군요. 문신은 스릴러 장르인데 괜찮겠냐고요. 그런데 그때 바빠서 못 봤던 모양입니다. 결재는 했고 문 앞에서 되돌아가자니 창피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은 도전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역시 저와 스릴러는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일단 방 안이 일부러 소름을 돋게 만들게 하기 위해서 에어컨을 틀어서 그랬겠지만 너무 서늘한 느낌이었고 조명도 너무 어둡고 칙칙하더군요. 스피커에서 나오는 으스스한 효과음과 목소리 역시...


체험하는 사람을 무섭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완벽하게 들어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래도 마냥 병풍처럼 있지는 않았고 몇 가지 문제에서는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실마리를 찾기도 했습니다.


이번 테마 역시 힌트를 하나도 쓰지 않고 나오게 되었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분들은 힌트를 쓴다는 건 용납하기 힘든 일이라고 여기시더라고요. 나름대로의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테마를 클리어하면 주는 티켓




그렇게 첫 번째 동호회 방탈출을 마무리하고 나온 뒤 일행들과는 헤어졌습니다. 말씀드렸듯 방탈출을 목적으로 만나기에 마치면 쿨하게 헤어집니다.


저는 처음이라 그런지 갇힌 곳에서 나오고 나니 햇살이 내리쬐는 홍대 길거리 한복판에서의 현실에 바로 적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지막에 했던 '문신' 테마의 잔상이 예상보다 꽤 오래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죠.


결국 홍대 거리를 10여분 동안 잠시 배회하면서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

구경을 좀 하다 보니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 구경도 좀 했죠. 식사 시간이어서 고민을 하다가 평소 자주 오지 못하는 홍대에 온 김에 맛있는 음식도 혼자서 찾아서 먹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간이 있을 때 맛집을 미리 좀 정리해서 메모를 해둘걸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도 살짝 들었습니다.

막국수와 육전세트




새로운 취미생활로 선택했던 방.탈.출 카페는 재미있게 즐겼지만 아직 저와 정말 잘 맞는 활동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만에 모든 일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취지에는 딱 맞는 활동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이들도 몇 번 해보지 않고 쉽게 판단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해보자고 하면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죠.

"재미없어 보여요", "꼭 해야 돼요?", "그냥 안 하고 싶어요."


어렵게 시켜보면 또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재미없어요.", "그냥 안 하고 싶어요."


한 번만에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여러 번 경험을 해봄으로써 그 재미나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결국 취미활동도 최소한의 끈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 줄 요약 : 건전한 취미생활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활력소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결코 삶은 그리 외롭거나 힘들지 않을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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