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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Sep 14. 2023

악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오케스트라 공연 후기)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페르세우스입니다.



어제 아침에는 꽤 의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에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가 3년간의 공백을 깨고 처음으로 공연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목은 바로 '등굣길 연주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학교 오케스트라 활동이었습니다. 2020년 이후로 3년 동안 활동 자체를 아예 하지 못했죠.


그래서 이번 2023학년도에 학교에서 신입 단원을 모집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3~6학년에 공고를 하고 단원을 다 모집을 하고 나니 35명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6학년은 플루트에 지원한 1호를 포함해 단 여섯 명밖에 없다 보니 여러모로 조촐해 보였죠.  



학교와 오케스트라가 소통하는 과정에도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휘자 선생님의 지위는 방과후수업의 업체에 소속된 강사셨기에 교장선생님께 직접 무언가를 말씀하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제가 지켜보니 소통에 문제가 느껴졌고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아 교장선생님을 뵙고 지휘자 선생님과 직접 만나서 활동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시길 요청드렸습니다.


다행히 이야기가 잘 되어 순조롭게 일정과 준비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게 산 넘고 물을 건너서 이 아침콘서트까지 열리는 날이 오게 되었습니다.




1호는 전날 잠을 다섯 번 넘게 깼다고 할 정도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친구들도 잠을 설쳤다고 하더군요.


저는 1호에게 실수해도 괜찮으니 즐겁게 하고 오면 좋겠다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로 무대를 즐겼으면 했거든요.


8시 30분부터 50분까지 학교 출입문 앞에 간이무대를 설치하고 4곡을 했는데 아쉽게도 학부모들은 볼 수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학교 안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으니까요. 나중에 따로 올려주신 공연영상을 보니 엄청 많은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무대를 둘러싸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집에서 아이가 혼자 연주할 때는 느끼지 못한 웅장함도 느껴졌습니다.


미세한 실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호도 공연을 마무리하고 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옆에서 구경을 했던 2호도 1호가 자랑스럽고 멋있었다고 말해줍니다.




사실 악기활동에 대한 의지는 제가 더 큰 편입니다. 영어보다 훨씬 더 크죠.  


MBC에서 방영했던 「공부가 뭐니」에 카이스트 영재교육원장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카이스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엄마 말 듣기를 잘했다 싶은 적은?’이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답변이 ‘악기를 계속 배울 수 있도록 해 주신 점’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큰 업적을 세운 아인슈타인과 리처드 파인만을 비롯해 역사 속의 위대한 과학자, 수학자, 철학자 중에는 악기를 다룰 줄 알며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땡땡이를 몇 번 쳤더니 어머니가 바로 학원을 끊어버리셨죠. 제 인생 평생 가장 아쉬웠던 결정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배우고 싶어 세 번 정도 시도했지만 실패했거든요. 



실제로 악기를 연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정말 많습니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에서 피아노나 현악기를 최소 3년 이상 배운 8~11세 어린이 41명과 악기를 배우지 않은 어린이 18명을 대상으로 소리 구분 능력, 손가락의 민첩성, 지능 지수(IQ) 등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악기를 다루는 어린이는 다루지 않은 어린이보다 어휘력 점수가 15% 높았으며, 도형=그림=숫자를 통한 추리력 점수도 11% 높게 나타났습니다.



2019년 『교육 심리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공립학교 학생들 중에서 초등학교부터 쭉 음악을 배워 온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영어, 수학, 과학에서 나은 성취를 보였다고 말이죠.


대부분의 악기는 연주를 하기 위해 양손을 사용해야 합니다. 악보는 다양한 조성, 박자, 화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습득함으로 인해 인지 능력과 학습 능력, 창의성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 한 음악을 전공으로 선택하도록 권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실력만으로 예체능에서 성공할 확률은 정말로 희박하니까요.


그렇지만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이 언급한 적이 있는 중산층의 조건처럼 하나의 악기 정도는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 저는 아직까지 해내지 못했지만 아이에게는 기회를 주려고 하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는데 제 모습을 보면서 설득이 된 모양입니다.


작년에 악기를 배우고 싶어서 기타에 도전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했던 제 모습이 바로 확실한 교보재가 되었죠. 지금도 저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어른들을 보면 정말 부럽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오케스트라의 활동을 한 번 마치고 나니 악기를 배우길 잘했다고 아이와 어른 모두 느끼니 고생한 보람은 있습니다. 앞으로도 두 아이가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 악기연주를 더 즐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한 줄 요약 : 좋아하는 음악 하나를 자신의 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삶, 그게 바로 진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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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출처 :  UnsplashManuel Näge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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