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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an 05. 2022

밸런스 게임과의 전쟁

그냥 둘 다 고르면 안 되겠니?

 이 세상에는 별것 아닌 문제 같지만 심각하게 고민되고 논쟁거리가 되는 주제들이 있습니다. 탕수육 소스를 부어서 먹느냐 찍어서 먹느냐 또는 내 인생의 낙이 '삼겹살에 소주냐' 아니면 '치킨에 맥주냐' 하는 것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인생을 사는 데 결코 전혀 불편함이 없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힘든 문제들이 모여 요즘 밸런스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상당히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밸런스 게임으로 검색을 해보면 별의별 희한한 질문들이 총망라되어있습니다.

 상당수의 질문들은 5초도 되지 않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쉽지만 어떤 질문들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해도 답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죠. 얼마 전부터 아이들이 이런 류의 질문을 제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밸런스 게임을 하듯 말이죠.

 처음 질문은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빠가 지금까지 쓴 일기장과 우리가 물에 빠지면 뭘 먼저 건질 거예요?" 아빠에게 최고의 보물이 뭐냐고 묻길래 '일기장'이라고 답을 했더니 이런 질문을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냐며 아이를 꼭 안아주며 아름답게 설명해주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장난스럽게 말해주었습니다. "아빠는 수영을 못하잖니. 그러니까 수영을 배운 너희들이 아빠 일기장을 건져와야지"라고 말이죠.

 물론 혹시라도 아이들이 정말 오해할까 싶어 농담이었노라고 말해주기는 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지를 놓고 밸런스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죠. 아이에게는 놀고 공부할지 아니면 공부하고 놀지, 엄마가 부를 때 바로 갈지 아니면 좀 더 버티다가 갈지, 어른들은 오늘 점심 뭐 먹지? 등 선택의 상황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 가정이 부모들은 아이에게 "엄마, 아빠 중에서 누가 더 좋아?"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둘 중에 누가 더 좋아요?"라고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출처 https://tommy05040.tistory.com/m/9?category=509967

 그 이후에도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뭘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해왔고 저는 고뇌하는 척하면서 답을 해주었습니다. 일종의 놀이처럼 말이죠. 편한 놀이였습니다. 그렇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많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최근 정말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을 받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곧바로 답을 해주지못했습니다.


Q. 1억 버는 것 vs 진짜 유명한 작가


 돈의 노예는 아니지만 돈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이었고 반면 책으로 유명해지고도 싶은 욕심도 있었으니까요. 아이들은 제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났다며 답을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이걸로 고민하고 있는 제 자신이 약간 스꽝스럽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아이들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욕심이 살짝 반영되어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을 선택했죠. 인생에서 돈보다는 꿈을 좇아야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혹시 제게 이렇게 물어온다면 너무나도 쉽게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베스트셀러 작가 vs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  

 참고로 쌍둥이 아이들의 태명이 행복이와 건강이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서 렇게 지었죠. 늘 아이들에게 세뇌하듯 가르치고 있는 부분이라 고민할 필요도 없는 밸런스게임입니다.


 하지만 요즘 집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등 제게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약간은 소홀해졌음이 느껴집니다. 과연 나는 이 글을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것인가 아니면 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욕심에 글을 쓰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진지하게 되었습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해놓고 정작 내 자녀를 신경 써주지 못하는, 즉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시간 가 보습니다.

 행여라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자 이렇게 글로 제 자신의 다짐을 남겨봅니다.



※ 다른 작가님들께도 잠시 행복한 고뇌를 해보실 수 있는 시간을 잠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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