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지가 오늘부로 딱 70일이 되었습니다. 약 3개월이 못 되는 기간 동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업로드되는 글들을 상당히 많이 읽어봤습니다. 그냥 흘려 지나가기에는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좋은 글들을 읽으면서 시기심이 들기도 하고 부러움이 들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동기부여도 되었습니다.
많은 글들을 살펴보다가 재미난 점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는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주제를 다룬 글들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영상, 즉 트렌드가 반영되어 있는 글들이 꽤 많다는 점이었죠.
10월 말부터 제가 브런치를 시작하고 난 뒤 느꼈던 영상 트렌드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지옥 → 모가디슈 → 스파이더맨 → 매트릭스, 고요의 바다 → 돈룩업] 아마 모르긴 해도 9월 무렵에는 D.P, 10월에는 오징어게임에 대한 글이 상당수를 차지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동안의 저는 유행에 빠르게 반영하거나 민감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약간은 반골기질이 있어서인지 '이미 다들 봤고 이제 너만 보면 돼'라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편이었습니다. 굳이 좋게 이야기를 하면 자신만의 소신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좀 뒤처져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저의 그런 소탈한 소신(?)이 언젠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를 이용하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유행하는 콘텐츠를 바로바로 TV나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장점이 있었던 반면에 단점도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난 뒤 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감상평으로 너무 쓰고 싶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 지옥을 보기 전에는 지옥의 감상평이 많은 것을 보며 "감상평이 왜 이렇게 많아?"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옥을 보고 나서는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졌고, 돈룩업을 뒤늦게 보고 나서 역시 글을 너무 쓰고 싶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을 봤을 때가 정점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회사 동기들이 있는 단톡방에 스파이더맨 보다가 하마터면 자고 나올 뻔했다고 했더니 반응이 사뭇 달랐습니다. 한 친구는 자신이 영화를 봤던 아이맥스관의 관객들은 그동안의 스파이더맨들이 다시 모이는 장면에서 다 함께 기립박수를 쳤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덕분에 저는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된 듯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좀 뻘쭘해졌습니다. 괜히 스파이더맨의 세계관을 잘 모르면서 어설프게 글을 썼다가 반박이나 망신만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결심했습니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잘 쓸 수 있는 주제의 내용으로 글을 쓰자고 말이죠. 콘텐츠에 대한 배경과 주제의식을 읽어내는 통찰력과 글쓰기에 대한 내공이 좀 더 쌓이면 도전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