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이들이 제게 혼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주말에 친구와 함께 어디를 체험하러 가기로 했는데 친구 입장료를 대신 내주고 와서였습니다. 친구도 따로 현금을 가지고 와서 내려고 하는 상황이었는데 엄마의 카드를 가지고 간 아이가 그냥 함께 계산을 해버린 거죠.
친구에게 여력이 있어서 이렇게 베풀었다면 그게 무슨 큰 잘못이겠습니까. 다만 그 돈이 본인의 돈이 아닌 엄마의 명의로 된 카드였던데다 사전에 협의된 소비가 아니었다는 점이 문제였죠.
크게 혼을 내지는 않았지만 아이에게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는 알려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경제관념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뛰어난 아이를 찾기 어렵죠. 어른이 되면 알아서 습득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어떤 곳에서도 의무적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부모도 생각보다 아이들에 대한 경제교육을 간과합니다. 교과공부도 중요하고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의외로 잊는 경우가 많죠. 그렇게 되는 이유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경제관념이 부족한 경우도 많고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올해 9월 8일에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ㅇㅇ카드와 X X 카드가 2024년 상반기에 부모가 고객인 경우에 한해 만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를 출시한다는 내용이었죠.
먼저 청소년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문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부터 살펴봐야 하는데요. 여신전문금융업 법에서는 민법상 성년 연령(만 19세) 이상만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6월 금융위원회가 카드 회사가 제안한 ‘미성년 자녀를 위한 가족 신용카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죠.
이 카드서비스는 일단 건당 결제한도 5만 원의 제약이 사라집니다. 이용 가능 업종이 교통, 문구, 서점, 편의점, 학원, 병원, 약국, 식음료 정도였다면 이제는 백화점, 온·오프라인 쇼핑, 미용실, PC방, 전국 주요 놀이동산, 영화관까지 새롭게 추가됩니다.
물론 월 기본 이용한도 10만 원과 부모 요청 시 월 이용한도를 최대 50만 원까지 확대할 수 있는 조항은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취지는 참 좋습니다. 청소년 소비자들의 건전한 소비지출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이유죠.
그렇지만 저는 순효과보다는 역효과에 대한 걱정이 더 많이 듭니다.
부모도 경제적인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제도적 변화가 부작용을 많이 낳을 수 있다고 보여서입니다.
특히 카드는 현금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 거래인데다 할부라는 제도까지 있어서 비용지불에 대해 무뎌지기 쉽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지난해 10월 초‧중‧고교생 각 5,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초·중·고 학생 경제이해력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중학생(45.4%)과 고등학생(51.4%) 모두 “경제교육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초(64.9%)·중(55.7%)·고(61.8%) 교사들 대부분도 이렇게 말합니다. “학교에서의 경제교육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말이죠.
또 올해 5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최현자 교수팀은 고등학교 2학년 717명의 금융이해력 점수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금융이해력 평균 점수는 46.8점으로, 낙제 기준인 60점에 턱없이 못 미치며 데다 2013년 조사 때보다 1.7점이 더 하락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정보가 이렇게 홍수처럼 많음에도 경제관념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학생들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물론 부모에게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전용카드로 인해 부모의 통제력이 약해지면 자칫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부모의 적절한 개입이나 통제가 없으면 중독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더 큰 문제는 신용카드를 도박, 게임 같은 곳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 전용 신용카드 발급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와 더불어 저도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는 반성도 합니다. 돈에 대한 공부는 평소에도 절대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돈이 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는 있을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돈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간과한다면 그 대가는 생각보다 크게 치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