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Oct 14. 2023

해운대 해변열차에서 사귄 스위스 친구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이제 부산 여행기 4탄입니다.

이대호선수와의 옷깃 스침은 짧은 인연으로 끝났지만 제 인생은 많이 더 남아 있으니 빨리 잊었습니다.



부산은 여러 명소들이 있지만 아이들이 원했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일명 해변열차였죠. 4.8km에 이르는 거리를 바다를 보면서 왕복하는 관광기차입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곳인데요.




우선 기차를 타기 위해 송정역으로 향했습니다. 원래는 기차가 다니던 곳이었으나 관광열차가 다니는 곳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송정역에서 미포역을 반복해서 운행하는데 송정역은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스카이캡슐과 해변열차를 구분하지 못하고 해변열차의 티켓을 끊어버렸습니다. 1호는 스카이캡슐을 타고 싶었다고 말해서 제가 살짝 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스카이캡슐을 왕복으로 타기 아무리 못해도 9만 원 이상의 요금이 필요했기에 저의 무지함은 지갑을 든든하게 해 줬습니다. 해변열차는 어린이할인을 받아서 41,000 원이었거든요.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들어갔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열차의 크기는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에 타던 커다란 기차들과 비교하면 아담한 사이즈였죠. 배차간격은 10~15분 정도로 기다리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와 가족들은 12시 12분 출발하는 미포행 열차를 탔습니다. 타는 시점에서는 이 기차가 왜 해변열차인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기차의 내부는 남달랐습니다. 한쪽 방향으로만 앉을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말이죠. 지금은 비어있는 상태를 찍었지만 승객이 탑승하면 두 줄의 벤치는 옹기종기 사람들로 가득 차고 그 뒤에도 사람들이 서서 갑니다.




날씨가 좋아서 멀리까지 바다가 보여서 좋기는 합니다. 거기다가 운이 좋게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는 기관사님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날씨가 좋으니 사진도 잘 나오는 듯합니다.




더 흥미로웠던 사실은 짧은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새로운 외국인 친구도 하나 사귀었다는 점입니다.


시간은 기차를 타기 직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저희가 앉은 벤치 앞에 웬 훈남 외국인이 한 명 앉아있었죠. 저는 새로운 사람에 말을 거는데 언젠가부터 부끄러움이 없어졌습니다.


조심스레 말을 걸었는데 스위스에서 온 친구였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못 알아들었는데 그냥 토비라고 부르라고 해서 지금부터는 토비라고 부르겠습니다.




토비는 스위스에서 살고 4주간의 휴가를 얻어 한국에 처음 왔다고 합니다. 서울을 구경하고 부산 여행을 마친 뒤 페리를 타고 일본으로 갈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서로 하는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토비의 여자형제가 쌍둥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어 더욱 친밀감이 느껴졌습니다.


영어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스위스는 프랑스와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쓰는데 영어도 함께 배운다고 말이죠.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시험을 위한 교육이라서 제가 말을 잘 못해도 이해를 좀 해달라고도 말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현재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하는 질문이나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 토비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지면 다시 설명을 해주는 등 엄청 원활한 소통은 아니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손짓발짓부터 대뇌를 풀가동해서 대화를 하려 애를 썼습니다.  


그래도 토비와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 친구도 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다음 목적지가 감천마을이라고 말하고는 중간 정류장인 달맞이마을에서 내려 우리와 헤어졌습니다.  




토비와 찍은 사진을 난생처음 보내는 인스타그램 DM으로 보내줬습니다. 글을 쓰면서 보내서 아직 답장은 오지 않았지만 새로운 친구와의 소통을 하게 해 줬다는 부분에서 SNS 순효과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토비의 인스타그램 친구 중에 제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가슴이 뿌듯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어땠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타박을 줍니다. 왜 말을 잘 못하면서 말을 걸었느냐고 말이죠. 그런데 나중에는 제가 자랑스러웠다고 말을 해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간접경험을 하게 해 준 듯해서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어를 아무리 배워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토비, 나 부산에서 만났던 양(YANG)이야. 여행 잘 마치고 건강하게 스위스로 돌아가길 바라.


#해운대 #해운대블루라인파크 #스카이캡슐 #해운대놀거리 #부산가볼만한곳 #해운대해변열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