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오고 난 뒤에 할 일들이 많다 보니 마음과 몸이 바쁩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에게 제 스스로 홍보를 해야 하는 일도 바쁘지만 마음의 여유가 정말 없어지는군요. ㅜㅜ
책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저는 사실 남편이 될 계획도 아빠가 될 계획도 전혀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결혼생활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부분 양면이 있는데 저는 안 좋은 면을 크게 보는 성격이어서였죠. 그렇다고 해서 고단하거나 불행한 유년생활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제 성격이 그랬습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자라왔던 저는 무언가를 책임지려고 하기보다는 제 자신의 삶에 좀 더 치중하고 싶은 아직 철없는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연애를 하면서도 결혼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여기고는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아내와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물론 지금도 힘들어하시는 난임부부들께는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결혼은 했음에도 아이를 낳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둘 다 첫째였기에 양가 어른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죠.
그렇게 자유로운 결혼생활을 즐기는 듯하다가 결혼한 지 1년 반 후에 계획에 없었던 임신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임신소식은 당연히 엄마에게 가장 큰 소식입니다. 아이가 생긴 뒤 자라고 낳는 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겪기 때문이죠.
딱히 눈에 띄는 고생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저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졌습니다. 지금도 철이 들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그때는 더 철이 없어서였죠. 제가 한 명의 생명을 더 책임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가 정기검진을 받으러 간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구청에 들어가서 구청 직원, 민원인과 전주를 옮기는 문제로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