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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은 영어실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예전에 제가 부산여행을 하면서 스위스 친구 토비를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30여 분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공유하고 헤어졌죠.

잘..... 지내지?



토비와 헤어진 뒤 제가 아이들에게 처음 들었던 말은 "아빠가 하는 발음이 좀 이상해요"였습니다.


저는 어학연수를 나가본 적도 없고 영어공부를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고 발음도 시원찮은 중년 아저씨입니다. 그런 반면에 꾸준히 학원을 다니며 원어민의 발음이나 영상, 오디오를 수시로 듣는 아이들에게는 그 발음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죠.



그렇다면 실제로 저는 발음 때문에 토비와 소통이 어려웠을까요? 사실 시간을 되돌려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토비와의 소통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의외로 발음 문제에 대한 부분은 저는 느낄 수 없었죠. 물론 토비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꽤 오래된 EBS 다큐멘터리인데 우리나라 학부모들과 외국인들을 모아놓고 60대 한국남자의 연설을 오디오로만 틀어주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발음하지는 않았지만 또박또박하게 전달되는 연설이었죠.


그런데 그 연설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박하게 평가한 반면에

외국인들은 매우 높게 평가를 했죠.




그리고 소리만 나오던 블라인드 테스트가 끝난 뒤 그 연설의 주인공이 마침내 등장합니다. 바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었죠. 그 연설은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된 뒤 했던 수락연설이었습니다.




결과를 접한 한국 학부모님들은 매우 민망해하셨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발음에 대해 박하게 평가를 하신 반면에 연설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신 분이 없으셨다는 입니다.


외국인들은 이어서 말합니다. 발음보다는 대화 능력이나 전달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말이죠.




그렇지만 우리 주위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발음이 영어공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얼마 전에 만난 분 중에서도 아이가 1년 단기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발음이 좋아졌다고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분들도 솔깃해하셔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발음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강한 열정은 전화영어수업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필리핀 강사가 아닌 원어민 강사를 선호하는 희한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한때 설소대절개술을 받으면 영어 R과 L의 발음이 좋아진다는 속설만 믿고 많은 부모들이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에게 설소대 절개술을 시켰던 적도 있었죠.




그렇지만 과연 이런 발음들을 외국사람들이 신경을 많이 쓸까요?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사람만 신경 쓰지 않나 생각됩니다. 미국만 해도 다양한 지역의 외국인들이 존재하며 그 발음 또한 그 특색을 가지고 있기에 굳이 그걸로 우열을 가릴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옥스퍼드대학교 아시아-중동학부의 조지은 교수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발음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어휘, 표현, 문법 같은 내용보다 소리에만 집중하는 영어가 되는 한 우리의 영어실력이 내실 있게 다져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발음, 그것이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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