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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Nov 02. 2023

초등학교의 성적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아이들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의 알림장이 온라인으로 설치된 아이엠스쿨이라는 어플을 통해서 발송됩니다. 부모에게 종이로 보내는 경우보다 앱을 통해서 전달사항을 안내받는 경우가 더 많죠.



그런데 최근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은 알리미가 왔더군요. 앞으로는 수행평가 결과를 부모에게 직접 전달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과 부모님과의 면담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내용에 대해서 물어보니 남자아이들의 대부분은 집에 이야기하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100점을 받아야 용돈이나 선물을 받는다는 아이는 양반입니다. 점수가 좋지 못하면 혼난다고 말하는 친구부터 해서 심지어 수행평가 성적이 낮으면 매를 맞는다고 고백한 친구도 있었다고 합니다. 모두 5, 6학년 때 아이들이 친구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가 수행평가 결과를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면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부모님의 반응이 두려워서겠죠. 




문제는 벌써부터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으로 인해 부모와 아이와의 교감과 소통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초등학생까지는 즐겁게 학교를 다녀야 함에도 고학년인 5~6학년은 스트레스가 꽤 높은 편입니다. 학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성적을 걱정하는 아이들은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언젠가 한 아이가 과학 수행평가 결과가 나왔다며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65점을 받았다더군요. 

과학선생님이 중학교를 대비해 문제를 좀 어렵게 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65점이라는 점수를 액면 그대로 수긍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적잖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렇게 물었죠.

"와.. 웬일이니..? 어떻게 된 거야?"

"문제가 많이 어려웠어요"

"그랬구나. 기분이 어땠어? 많이 속상했니?"

"네.."

"왜 속상했어?"

"......."


"그 시험이 네 인생을 결정하지는 않으니까 다음에는 만회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두 달 후 1호는 과학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고야 말았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였기에 65점이라는 점수는 저보다 더 속상했겠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지엽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마지막에 수능모의고사를 8점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수능이 언어영역 120점, 수리영역 80점, 사탐과탐 120점, 외국어 80점

이렇게 400점 만점이었습니다. 


80점 중에서 8점 2점짜리 네 문제만 맞혔던 것입니다.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낮은 점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사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저는 오락실을 정말 열심히 다녔거든요. 그러다 보니 찍어도 나오지 않을 정도의 처참한 성적은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성적표를 받고서는 저도 집으로 가져가지를 못했습니다. 


그날부로 노숙자가 될까 봐 그러지 않았겠냐고 하시겠지만 사실 성적표를 부모님께 가져갔더라도 별일은 없었을 겁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는 물어보셨겠지만요. 결코 맞지는 않았겠죠. 그동안 성적이 나쁘다고 혼을 내신 적이 없으셨으니까요. 


제가 성적표를 조용히 찢어버렸던 이유는 걱정을 하실까 싶기도 했고 제 자신에게 창피해서였습니다. 결국 저는 겨울방학 동안 절치부심했고 그다음 해 2학년 1학기 모의고사 때는 수리영역에서 만점을 받아냈습니다. 만회를 한 셈이죠. 





인생에서 공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죠.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대학교가 인생의 가장 큰 관문이라고 여기는 문화가 팽배하다 보니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혹사시키는 경우가 잦습니다. 어린이들의 삶의 질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꼴찌 수준으로 낮은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이겠죠.  





아이가 좋지 못한 성적을 숨겼고 그 사실을 부모가 알았다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입니다. 아이와 진지한 대화를 하고 그동안의 오해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그런 행동은 결국 부모님과 소통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아무리 여기서 이런 글로 떠든다고 한들 상황이 나아질 수는 없겠죠. 다만 저라도 앞으로 아이들을 성적으로 혼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아이의 인생도 아이의 것이며 아이의 성적 또한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몫일 테니까요. 





"공부를 왜 하느냐", "공부가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선뜻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 같은 경우는 수시로 이렇게 말해줍니다. 


"프로게이머를 하든 요리사를 하든 유튜버가 되든 너의 판단이 옳다면 지지하겠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하지 말라고 인간은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적어도 부모를 위해서 억지로 공부를 계속한다면 아마 그 아이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겠죠. 문제는 우리 아이는 아니라며 그 사실을 당사자만 모른다는 거겠죠. 저도 제 자신을 냉정하게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습니다. 


한 줄 요약 : 공부는 부모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해서 해야 결과가 좋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초등학교수행평가 #학업스트레스 #수학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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