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회사에서는 '선로 단순화'라는 이름의 작업을 시행했습니다. 선로 단순화란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학교에 들어가는 배전선로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수능시험장 정전의 확률을 낮추기 위한 작업이죠. 거기에 모든 작업도 금지합니다.
제가 관리하는 지역이 강동구, 송파구 지역이어서 그쪽 고등학교들이 대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 중 하나인 수능시험인데 어른들이 발목을 잡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성의표시인 셈이죠.
제가 99학년도 시험 그러니까 1998년 11월에 수능시험을 본 뒤에는 수능시험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이제 제가 중학생이 곧 되는 학부모가 되니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 마냥 흘려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좀 이르기는 하지만요.
1993년 8월에 최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후부터 이 시험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제가 시험을 보던 1998년에는 400점 만점이었는데 1993년 8월에 시행되었습니다.
1년에 두 번씩 보다가 한 번으로 줄었고
시험응시료는 12,000원에서 37,000원에서 47,000원까지 올랐으며
시험응시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반면에 재수생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죠. 올해는 특히 50만 명의 응시생 중에서 재학생이 아닌 비율이 35%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50만 4588명 중에서 재학생은 32만 6646명, 졸업생은 15만 9742명, 검정고시생 1만 8200명이었죠. 자퇴를 해서 정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요즘 재수는 필수라는 말은 점점 더 진화해서 '재필삼선 사심오운'이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사수는 가슴이 시키고, 오수는 운명이다'라고 하죠.
결국 단판승부인 수능시험 한 방으로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는 의미인데 3년으로 끝날 줄로 알았던 뒷바라지가 길어진다는 건 부모로서도 상당히 큰 부담처럼 느껴집니다. 아이에게 가장 고단한 일이겠지만 부모로서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도 한 번만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번 수능시험을 본 학생들이 실력발휘를 잘해서 재수 없이 뜻하는 방향으로 진학을 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이번 기회에 저는 아이들에게도 미리 지속적으로 선언해두려고 합니다. '너희들 인생에 재수는 없다'라고 말이죠.
어차피 제 아이들 세대에서의 교육제도 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능시험을 볼 수밖에 없겠지만 언젠가는
ㅇ 대학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으며
ㅇ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을 수 있으며
ㅇ 사교육에 목을 매지 않고
ㅇ 대학의 타이틀로 사람을 소등급처럼 판단하지 않는
그런 사회가 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허무맹랑하다고 할지라도 뭐 꿈은 꿀 수 있으니까요.
한 줄 요약 : 이번에 수능을 본 수험생들, 그 수험생들의 부모님들 모두 애 많이 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