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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위한 여정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며칠 전에 작가님들과 예비작가님들이 모이는 '함월지'라는 이름의 송년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귀차니즘이 엄습한 이번 연말은 약속을 만들지 않고 조용하게 보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참석하게 된 데에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입니다. 예전에 제가 회사 워크숍에 갔을 때 강사님이 재미난 기획을 준비해 주셨죠.


방식은 단순합니다.

A4 종이에 5분 동안 자신이 생각나는 대로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의 이름을 씁니다.


저는 5분 만에 150명도 넘게 써서 그 인원 안에서는 단연 1등이었죠.

그런데 강사님께서 사람들 이름으로 채워진 이 종이를 가지고 새로운 미션을 제안하시더군요.


써놓은 이름에서 자신의 학교나 회사와 관련된 이름은 모두 지운다


날 스무 명 남짓했던 참가자들 중에서 남아있는 이름이 다섯 명이 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다들 자신의 좁은 인간관계에 대해 깨닫고 충격을 받았죠.

강사님은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새로운 영감과 경험을 얻으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이런 기획을 했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꽤 인상적인 기억이었기에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 모임에 참여하겠다고 결심한 일도 그 일환이었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었으니까요.


결국 인생은 새로운 경험과 더불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의 설문조사




그리고 이 송년회에 참석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장기자랑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저는 회사 합창단 활동을 3년 했던 데다 결혼식 축가는 네 번, 송년회 장기자랑도 두 번 참여했으니 '무대에 미친 자'라는 별명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었죠. 물론 그 또한 무대 위에서의 공포증을 없애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긴 했습니다.


공교롭게 이번 송년회에는 장기자랑이 계획되어 있었고 제가 어마어마하게 흥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노래로 분위기를 돋우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상품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참가상 정도는 덤이고요.


솔직히 제가 뛰어난 가창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장기자랑에 지원하는 사람이 없을까 걱정이 되어 신청하게 된 부분도 컸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나쁘지 않았던 이미지로 기억되면 또 좋은 일이겠지요.


제 삶의 모토 중 하나는 '기회가 있다면 빼지 말고 도전해 보자'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가벼운 마음으로 장기자랑 신청을 해놓고 송년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부담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노래를 오래 쉬기도 했고 부를 만한 적당한 노래를 선택하기도 어려워서였죠. 후보곡은 몇 번씩이나 바뀌었고 심지어 행사 당일 날 행사 1시간 전에 부를 노래를 바꿔버리는 촌극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어서 노래는 뒤로 미뤄두고 열심히 먹었습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하니까요. 같은 테이블에 계신 분들과 친교의 시간도 많이 나눴죠.





열심히 먹고 나니 현실자각타임이 옵니다. 다시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여러 소소한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저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가사를 외우기 급급합니다. 아까 언급했던 대로 부를 노래를 집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바꿨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저는 J형 인간인데 점점 P형 인간이 되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행사가 시작하고 안 사실이지만 총참가자는 여덟 팀이나 되었습니다. 상품을 뭘 준다고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신청을 많이 하실 줄이야..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움직였습니다. 사회자님께 제가 먼저 매를 맞겠다고 손을 들었죠. 주위를 살펴보니 뒤로 갈수록 쟁쟁한 분들이 나오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겠더군요.





결국 원래 준비했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을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겼습니다. 노래를 마치고 나서 사회자 분과 원래 하려고 했던 노래가 따로 있었다고 말하는 찰나 폴 블랑코의 <그런 일은> MR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죠!!


생각지도 않게 음악이 계속 나오길래 어쩔 수 없이 한 곡을 더 불렀습니다. 전후사정을 들어보니 준비했던 시간이 아깝다며 음악을 틀어주시는 스텝분이 보여주신 나름의 배려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오랜만에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었습니다.

틀린그림찾기



첫 번째 공연을 마치고 나니 쟁쟁한 분들이 많이 나오시더군요. 댄스곡을 부르시는 분부터 아예 커플댄스를 준비하신 부부도 계셨고 어마어마한 분장에 연주를 하시는 분, 마지막은 단체 퍼포먼스까지. 되돌아보니 제가 그날 가장 잘한 선택은 1번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었습니다.


강의든 노래든 발표든 말싸움이든 끝나고 나면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래도 노래가 새로이 뵌 분들과 안면을 트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또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겠죠. 온라인으로 결혼도 하는 시대지만 아직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과는 비할 바가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한 줄 요약 : 오랫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가족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불어 좋은 친구도 반드시 필요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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