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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가 터져 슬픈 핫도그여!!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사실 요리를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보기와는 달리 귀하게 자라 어머니께 요리를 배우지 못하고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죠. 군대 복학 후 대학교 4학년 때 자취를 하며 여자친구에게 떡볶이를 만들어 준 일이 인생 첫 음식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때 사진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제 기억으로는 '떡볶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떡볶이국'에 가까운 형태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꽤 오랜 시간 요리를 할 일이 없었죠. 요리를 한 번 하면 에너지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쓰는 편이었던지라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되고 나니 생존을 위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요리를 먹어야 하고 가족들을 먹여야 하는 상황들이 뜻하지 않게 계속 생겼으니까요. 그런 경험들을 통해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요리에 꽤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13년의 기간 동안

에그미트로프, 잡채, 찜갈비, 낙지볶음, 찜닭, 등갈비, 게살덮밥, 사과파인애플 볶음밥, 메추리알조림, 멸치볶음, 미역국, 고구마맛탕, 김치찌개, 두릅장아찌, 마늘버터 전복구이, 허니콤보

등등 많은 메뉴들이 기록들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음식을 만들면 뚝딱뚝딱하는 만들어내지 못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요즘 음식 만드는 일을 멀리했습니다. 물론 주방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저의 새로운 요리를 향한 열정은 조금씩 식어가는 중이었죠.

하지만 바로 그때! 제게 새로운 메뉴에 대한 영감이 뜻하지 않게 찾아왔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연어 양배추 쌈을 만들어 먹기 위해 샀던 렐리쉬라는 제품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죠. 절인 피클을 잘게 썰어서 달게 만든 뒤 소스처럼 짜서 다른 음식과 함께 곁들여 먹는데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이 맛을 보더니 대뜸 밖에서 사 먹는 핫도그에 들어먹는 피클이라며 반가워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때 퍼뜩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집에 닭가슴살로 만든 후랑크 소시지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얘들아 아빠가 빵에 넣어서 소스 뿌려서 먹는 핫도그 만들어줄까?"하고 말이죠.

미국식 핫도그, 일명 뉴욕식 핫도그는 그림처럼 빵 사이에 소시지와 함께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서 먹는 형태입니다. 꼬챙이를 꽂아서 먹는 한국식 핫도그와는 다르죠.





아이들이 빛의 속도로 OK사인을 보냅니다.


그러면 이제 90%는 끝난 셈입니다. 입이 짧은 녀석들이 무언가를 먹겠다고 의욕을 보이면 지옥에 가서라도 구해와야죠.


먼저 빵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정제탄수화물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하니 이왕이면 건강한 빵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통밀빵을 하나 삽니다. 이제 여기에 예쁘게 칼집을 넣어야겠죠.





다음에는 닭가슴살 소시지를 꺼내서 물에 데칩니다. 저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문제의식에 꽤 진지한 사람이니까요. 이미 들어있는 식품첨가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데치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맛이 없어져 좀 텁텁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한다? 맞습니다.

번거롭지만 다시 기름에 노릇노릇 구워야 합니다. 칼집까지 내서요. 노릇노릇 구워진 소시지가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이렇게 십 분만에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케첩, 머스터드소스 그리고 랠리쉬까지 갖춰놓으니 이제는 아이가 직접 자신의 입맛대로 뉴욕식 핫도그를 만들어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숙제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호출합니다. 지금부터 스스로 입맛대로 만들어 먹으라고 말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만드는 과정에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빵에 미리 넣어둔 칼집이 너무 깊어서 제작을 하는 동안 김밥이 아닌 핫도그의 옆구리가 터져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 회심의 역작에 이런 오점이 생기다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야말로 핫도그 옆구리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마음이 아프더군요.





세 남자는 각각 자신의 뉴욕식 핫도그를 취향에 맞게 만들어서 사이좋게 먹었습니다. 터져버린 옆구리가 비록 옥에 티가 되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맛에 대해서는 매우 흡족해해서 다행입니다.


딱히 어려운 방법도 아니어서 조금만 전수를 해주면 고학년 이상 어린이라면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획득한 재료 하나가 요리에 대한 의지를 다시 세워 일으키다니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양파, 양상추 등 다양한 야채와 다른 소스도 넣어서 만들어봐야겠습니다.


쉽고 간단한 요리는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한 줄 요약 : 비록 옆구리가 터지기는 했지만 핫도그 덕분에 요리에 대한 열정도 다시 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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