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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업으로 만든 우리 동네 눈썰매장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랜만에 메리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뉴스를 보니 8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하는데 혹시 폭설로 인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없기를 빕니다. 아무튼 흔치 않게 눈이 와준 덕분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조금 더 연말 기분도 많이 나는 느낌이 듭니다.


크리스마스 기분을 딱히 내지 않으며 지나가려 했던 둥이네 집은 어제 뜻하지 않게 기분을 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 임시 눈썰매장을 개장해서 신나게 놀아서였죠.


돈 내고 이용하는 눈썰매장이 아닌 무료 눈썰매장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작은 계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조금 늦은 시간에 온 가족이 소화를 시키러 잠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전에 온 눈에 아직 제법 쌓여있다는 아이들이 사실을 깨닫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보통 강아지들이 눈이 오면 정말 꼬리를 흔들면서 정말 좋아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직 둥이들도 강아지 못지않게 눈 오는 날씨를 좋아합니다. 눈으로 하는 놀이는 더 말할 나위가 없죠. 눈을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갑자기 집에 있던 플라스틱 눈썰매로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합니다.

늦은 시간이어서 조금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승낙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긴급하게 장비를 수혈하러 이동을 했죠. 보도에 보관해 두는 제설도구함에서 넉가래를 잠시 빌려왔습니다(물론 당연히 사용한 뒤 원래 자리로 갖다 두었습니다). 이미 눈은 그친 뒤여서 사용할 사람도 없으리라 생각해서였죠.


기왕 놀라고 허락을 해준만큼 좀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제가 눈을 좀 모아주면 놀기가 편할까 싶어서 가지고 왔는데 저는 거의 쓰지도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넉가래를 보자마자 열정을 다해 신나게 사용을 합니다. 저는 겨우 사진만 하나 건졌어요.





아이들이 눈을 모으고 본격적으로 미끄럼틀 앞에 눈을 쌓아가면서 눈썰매를 탈 수 있도록 작업을 합니다. 먼저 미끄럼틀 밑에 턱을 없애기 위해 바로 아랫부분에 눈을 열심히 쌓아서 탄탄하게 다졌습니다. 그런데 시뮬레이션을 몇 번 해보니까 턱을 없애더라도 썰매가 붕 뜨는 구간에서 엉덩이가 아프다며 다시 2차 쿠션 작업을 합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청나게 열심히 합니다. 저도 쉬지 않고 옆에서 구시렁구시렁거리면서 아이들과 함께 놉니다. 함께 나왔던 어머니께서는 춥다며 진즉 들어가신 지 오래였죠. 최대한 안전하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타기 위한 작업은 20분 넘게 계속됩니다.





이동 경로에 있는 보도블록 구간에 튀어나오는 부분까지 깔끔하게 평탄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니 이제야 흡족한 모양입니다. 그때부터 자체 제작한 눈썰매장에서 부지런히 썰매를 타기 시작합니다.





연휴 동안 놀러 가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아이들이 겨울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멀고 좋은 곳만 가야 꼭 여행이겠습니까. 이렇게 가까운 곳에 눈썰매장을 만들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쁘고 즐겁지 아니하겠습니까.


한 줄 요약 : 아이는 장난감이 없어서 심심해하지 않는다. 부모는 가끔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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