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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an 03. 2024

아들 일기장 때문에 겪은 팔자에 없던 고생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달 12월 저는 2024년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고생을 했던 분야가 있었습니다. 바로 일기장 때문인데요. 그것도 제가 쓰기 위함이 아닌 둥이들이 쓸 일기장으로 인해서였습니다.


아이들의 일기장은 그동안 초등학생용으로 편안하게 천 원짜리를 사서 부담 없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쓰고 있지만 한 권이 두 달 정도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어서 1년에 딱 6권만 있으면 되었죠. 6천 원으로 1년 동안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였던 셈입니다.





그러다가 초등학생이 끝날 무렵 제가 둥이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너희가 중학생이 되는 2024년에는 아빠가 쓰는 제품처럼 1년짜리로 선물해 주마"라고 말이죠. 저는 그냥 지나가듯 했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녀석들의 반응은 사뭇 열광적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쓰는 일기장은 1년짜리인데 책 같아 보여서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어른스럽게 보였던 게죠.





문제는 그다음에 생겼습니다. 마땅한 1년짜리 제품을 찾기가 어려워서였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마땅한 마음에 드는 매물이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그동안 8년 동안 써왔던 모ㅇ글ㅇ리(일명 아침의 영광)에서 팔았던 '마법사의 일기장'조차도 이제는 절판되어 살 수 없게 되었죠. 새해는 다가오는데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14x20cm(가로x세로) 정도 크기의 1년짜리 일기장을 이렇게 구하기 힘들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쇼핑몰에 들어가서 수십 개에 달하는 물건들을 뒤져봤지만 마음에 드는 친구를 찾지 못했죠.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크기가 작고 일 년치 분량이 아니거나 다이어리형태로 만들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틈나는 대로 며칠을 헤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는 동안 12월 마지막날의 밤이 다가오고 있었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벼락치기를 하는 수험생의 기분으로 다음 날에 배송이 되는 제품들을 다시 뒤지기 시작했죠.

보통 우리가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

만 원짜리는 한 시간,

십만 원짜리는 하루,

백만 원짜리는 일주일을 고민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저는 이번 일로 며칠은 족히 사용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사를 할 때 이렇게까지 고민을 했었나 싶기도 하고요. 다행히 짧고 굵은 고민 끝에 녀석들 모두 흡족한 동반자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행복이가 고른 친구는 크기가 좀 작고 쓰는 분량이 적어 저렴한 편이었지만 건강이가 고른 친구는 사이즈가 제 것처럼 커서 값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데 돈을 아끼는 쪼잔한 아빠가 되어서는 안 되니 쿨하게 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바로 지워지는 펜인데요. 안타깝게도 적당한 국산제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쓰고 있는 펜입니다.




20년 넘게 정말 다양한 종류의 펜들을 사용해 봤지만 이 펜이 가장 제 손에 맞았거든요. 그래서 다섯 자루나 가지고 있습니다. 집에 여분으로 하나, 사무실에 여분으로 하나, 필통에 세 자루가 있죠. 제가 몇 년 동안 써왔던 펜을 나눠주니 또 기분 좋게 받아줍니다.


그 펜의 의미를 아이들도 아는 모양입니다. 쓰던 펜을 주는데도 기껍게 받아주는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올해부터 중학생이 되는 만큼 부모도 달라져야겠죠.

더 믿어주고

더 맡겨주고

더 칭찬해 주면서 키워야 하는 만큼 일기장도 그에 걸맞은 물건을 쓸 수 있게 되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학년 하반기 때부터 아이들이 일기를 매일 쓰기 시작했으니 이제 가득 채워 5년이 넘었습니다. 그때부터 써온 자신들의 역사를 차곡차곡 잘 챙겨두었으니 모이기만 하면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잘 써왔던 만큼 중학교 시기도 꾸준하게 글을 쓰는 습관을 잃지 않는 둥이들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한 줄 요약 : 네가 생각하고 쓰는 만큼 성취하고 이룰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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