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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통해 깨닫는 죽음의 의미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평소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마냥 두려운 존재 정도로만 여기고 있죠.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꽤 알려졌음에도 우리는 주위 사람들 아름다운 결말에 대해서 쉽게 대화를 나누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 죽음을 주제로 한 많은 콘텐츠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꽤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재, 곧 죽습니다>라는 드라마 역시 죽음을 다루고 있죠.


인생에서 쓰디쓴 실패를 연달아 경험한 주인공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사후세계로 간 주인공 앞에 죽음이라는 존재가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독특한 방식의 벌을 내립니다. 바로 12번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고통을 계속 느껴보라고 하죠. 이 드라마에서 죽음의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살인, 폭력, 고통, 고뇌, 번민, 쓰라림, 욕망, 집착, 포기 등 온갖 부정적인 의미 투성이죠.





보통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비슷한 느낌을 얻습니다. 전혀 긍정적인 의미가 없죠. 그런데 죽음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에서였는데요.


이번 시즌 3에서는 시즌1(페루, 볼리비아), 시즌2(인도)에 이어서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합니다. 범상치 않은 여행기를 즐겁게 보는 와중에 기안84가 독특한 경험을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바로 기안84가 파마디하나라는 장례풍습에 참여하는 모습인데요.


파마디하나(Famadihana)는 "뼈를 뒤집는 것" 또는 "죽은 자와의 춤"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다가스카르인들의 전통적인 장례 풍습입니다. 이 의식에는 사망한 가족의 유해를 원래 매장했던 곳에서 발굴한 뒤 새 매장 천으로 뼈를 감싼 다음 새로운 장소에 다시 매장합니다. 보통 이 의식은 5~7년마다 거행되죠.


마다가스카르인들은 이 의식을 조상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방법으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천으로 다시 감싸고 다시 매장하는 과정을 통해 망자의 영혼이 달래지고 산 사람을 계속해서 지켜본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모식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고인을 기념하고 추억을 나누기도 하는 거죠.





우리의 장례풍습과 상식 기준으로 봤을 때는 기겁할만한 상황입니다. 고인을 빛이 보이는 밖으로 다시 꺼내는 일이니까요. 게다가 이미 부패한 유해를 발굴해서 하는 행사다 보니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에 대한 잠재적인 노출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화면에 보이는 이 풍습에 대한 모습은 마다가스카르인들이 망자와의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행사에서 놀라운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추모식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있을 법한 마을 잔칫집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행사의 주인들은 웃으면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며 악단은 끊임없이 연주를 하고 손님들은 그 음악에 맞춰서 즐겁게 춤을 춥니다. 음식들을 몇 백 명분을 만들어서 나눠먹기도 하고요. 그야말로 파티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평소 제가 가진 죽음에 대한 고정관념에 인지부조화가 발생해 혼란스러운 기분이었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가 정말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긍정적으로 죽음을 대할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죠. 오히려 이런 곳에서 울거나 쳐져있으면 실례라고 하니 놀라운 광경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마냥 웃는 사람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가족의 유해를 꺼내서 다시 천으로 싸는 가장 중요한 과정에서 조그만 유해가 밖으로 나오니 부리나케 달려가 끌어안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중년 여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른 시기에 아이를 멀리 떠나보낸 어머니처럼 보였죠. 그 모습을 보며 출연진을 물론이고 보는 저까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몇 년 만에 다시 아이를 만나는 부모의 마음은 과연 어떠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더군요.





이 파마디하나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 보이는 풍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영상을 통해 죽음에 대하는 방식에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느낌을 말로 표현하려니 참 어려웠습니다. 평소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서 서로 대화할 일도 많지 않으니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종교적인 영역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과학적으로 죽음 이후의 내세라는 초자연적인 공간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의식이 새삼 놀랍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보다는 망자들이 아직 그들의 곁에 함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해 보였으니까요.


자신의 신념은 있을지 모르나 정답은 아직 없기에 옳고 그름의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망자가 될 테고 또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날이 언젠가는 올 테죠. 다만 그 사실을 억지로 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족이 떠나더라도 곁에서 지켜주고 지켜봐 주고 있다고 믿으며 곧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마음을 굳게 가지고 있다면 한결 그 괴로움이 무뎌질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너무 종교적인 방향으로 해석하지는 말아 주세요.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문화를 저는 원하니까요.


한 줄 요약 : 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과연 좋은 죽음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아직도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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