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에 아이 친구 엄마가 단톡방에 급하게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6학년 2학기 수학 교과서 혹시 있는 분?"
이유인즉슨, 지인 중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필요하신 분이 있어서였습니다.
그 방에 있는 분들 중에는 아무도 가지고 계신 분이 없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한 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념으로 가지고 있었던지라 드리지를 못했죠. 다행히 말씀을 하신 엄마께서 따로 구해 해결을 했다는 답변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둥이들이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더니 대뜸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선생님이 책을 가져갈 사람은 가져가고 버릴 사람은 버리라고 했는데 저 빼고는 전부 다 학교에 버리고 갔어요"라고 말이죠. 놀랍게도 두 녀석 다 입을 모아서 이야기합니다. 물론 모두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가지고 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어떤 아이는 벅벅 찢어서 버렸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자신의 형이 통에 모아놓고 지난 학기 책들을 불태워버렸다는 이야기도 했다더군요. 어찌 보면 소중한 물건이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쉽게 버렸다고 하니 이해가 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모두 들고 집에 가기 무거워서 그랬겠지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책거리라는 문화가 있었던 시대를 살았고 애틋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책을 잘 버리지 않는 편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쉽게 버리지 말라고 지도하고 있죠.
특히 교과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교육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자녀의 공부습관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자녀의 교과서를 확인하기'이기 때문이죠.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아이의 책을 살펴보면 어떻게 수업을 듣는지 짐작할 수 있어서죠.
그런 이유로 저는 사실 1학년 때부터 아이들의 책을 버리지 않고 한 권씩은 보관하고 있습니다. 2년 정도 보관한 뒤에 필요 없어지면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있죠. 그럼에도 독서록은 절대 버리지 않았습니다. 추억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남긴 소중한 기록이어서죠.
6학년 과정이 모두 끝난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음 달인 3월에 중학교 1학년들을 비롯해 초등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전국적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치릅니다. 전년도에 배운 내용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를 살펴보는 평가죠.
이 평가를 통해 선생님이 그 학생에 대한 공부 이미지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시험인 셈입니다.
문제집이 있으니 한 번 풀어보기도 하겠지만 교과서도 한 번씩 챙겨보게 하려는 중입니다. 자신이 봤던 책을 한 번 읽어보는 방식도 충분히 지난 공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보이니까요.
앞으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는 더욱 잘 보관할 생각입니다.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될 테니까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사용한 전년도 교과서가 비싼 값에 중고거래되기도 한다는 희한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를 보면 교과서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그런 점에서 학기를 마치는 시점에 아이에게 한 학기 때 공부했던 책들을 집으로 챙겨 오라고 하는 일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지 선생님보다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