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지나가고 2월도 어느새 설날이 지나가니 절반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제 시간에다가 누가 성능 좋은 엔진이라도 달아놨는지 왜 이렇게 빠르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한 달을 마무리할 때면 하루씩 시간을 할애해서 독서결산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부터는 올해부터 새롭게 하나의 결산을 추가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바로 '화내는 날' 결산인데요.
다른 분들이 저를 보면 화도 안 내면서 아이를 키울 듯하다는 완벽한 오해를 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절대 아니라고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저도 아직 더 배워야 하는 점이 많은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제가 정색하고 혼을 내면 아내도 아이들도 무서울 때가 많다고 하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요.
물론 화를 내더라도 문제의 본질과 달리 감정을 섞어서 비난이나 인신공격을 하지 않으려는 점은 제가 항상 조심하려는 부분입니다.
그런 와중에 1월부터 아이들이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아빠가 화내는 날'에 따로 체크를 하겠다고 말이죠. 저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둥이들이 건의했던 사항이 아빠가 화내는 횟수를 줄였으면 좋겠다였거든요.
부모 중에 화를 내고 싶어서 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도 참고 최대한 자제를 하려 노력하고 행여 내더라도 감정을 폭발시키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좀 더 부드럽게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던 모양입니다.
점점 사춘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제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챌린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1월이 지나가는 동안 초반에는 좀 힘들었습니다. 제가 조금만 아이들의 잘못에 대해 강한 어조로 지적을 해도 아이들이 달력에 표시를 해버립니다. 아내와 말다툼을 했던 날이 이틀 정도 되었는데 그날도 동그라미가 생겼습니다. 그건 왜냐고 물었더니 자신들을 혼내면 그냥 동그라미라고 합니다.
억울하기도 했지만 아빠와 엄마의 다툼도 아이에게는 자신이 혼나는 상황 이상으로 스트레스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알겠다고 군말 없이 수긍했죠.
1월을 결산해 보니 동그라미가 열 개입니다. 1월은 온전히 방학기간이기도 해서 밥 차려주느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니 혼나는 상황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점은 저도 일기를 쓰고 아이도 일기를 쓰고 있기에 어떤 일로 인해 어느 정도 분노했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흘 정도는 꽤 억울한 상황이지만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 기준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어서입니다. 게다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2월부터는 더 줄여가는 재미가 있을 테니까요.
2월이 시작되고 절반이 지났지만 다행히 아직은 1월보다는 동그라미 개수가 꽤 줄어들었습니다. 언젠가는 동그라미가 하나도 없는 달이 생긴다면 정말 뿌듯할 듯합니다.
물론 화가 나는 상황을 무조건 참기만 한다면 정신건강에 과연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차분하게 소통하는 방식을 더 연습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이런 훈련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어찌 보면 한 해의 목표에 '화를 줄이기'가 있다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를 알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더 창피하니까요. 화쟁이 아빠는 이제 멈추도록 더욱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