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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만든 무생채가 계속 사라진다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둥이들 중에서 행복이는 입맛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반면에 좋아하는 음식도 엄청 은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무생채입니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먹지도 않습니다.


아삭해야 하고 달달하면서 칼칼한 맛도 있어야 하죠. 특히 제가 좋아하는 평양냉면집에서 주는 무생채를 정말 좋아합니다. 기 가면 냉면 대신 그것만 주야장천 먹죠.


그래서 시간이 되면 행복이의 입맛에 맞게 한 번 집에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금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무나물을 만들겠다며 무를 채 썰어서 담아놓는 모습을 발견했죠. 제가 대뜸 절반만 내놓으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 게죠.





계획에 없던 도전이었기에 마음만 급합니다. 얼른 휴대폰을 집어 들어 조리법을 확인합니다. 레시피 어플에서 검색하니 수십 가지가 나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메뉴는 바로 편스토랑의 히어로인 어남선 선생님이 만든 레시피였죠. 실제로 검색하면 어남선 무생채라고 나옵니다.





무를 씻고 감자칼로 껍질을 깎는 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 번 넣어봤습니다.





나중에 제가 직접 하기는 했지만 채가 들어가는 음식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써는 일 자체가 어려워서죠.


놀랍게도 저는 칼질을 하다가 한 번도 다친 적이 없는 무혈(無血)의 요리사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도 순조롭게 잘 끝냅니다. 하지만 무 하나를 얇게 계속 썰고 나면 팔이 제법 아프기는 합니다. 채 썰기가 너무 두꺼우면 양념이 스며들지 않으니 맛도 덜할 테니까요.


채칼을 사면 편하다고 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써봐야겠습니다.





준비된 양념들을 레시피에 맞춰서 넣습니다. 썰어놓은 가 반 개 조금 넘는 양이기에 적당히 절반의 비율로 양념을 넣습니다. 모자라면 더 넣으면 되지만 넘쳐버리면 수습하기가 배로 힘들어지니까요. 마지막으로 고춧가루까지 뿌려주면 양념은 끝납니다.





이제는 어주기만 하면 되죠.

색이 바로 변하지 않고 잘 섞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성격이 참 급하다 싶습니다. 5분 동안 부지런시 손과 수저로 버무리니 제법 색깔이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한 번 먹어보라고 하니 맛이 냉면집에서 먹은 그것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어남선 선생님께 일단 감사합니다.





30~40분 정도 실온에 두니 제법 숨이 죽고 모양새가 납니다. 용기에 담고 나니 그때부터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느낌입니다.





생애 최초 무생채를 급하게 만든 기념으로 메뉴 또한 급하게 비빔밥으로 정했습니다. 어른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이들도 정말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를 먹었죠.





먹다 보니 첫 번째 무생채는 이틀 만에 다 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말 그대로 순간삭제, 순삭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보름 만에 총 네 개의 무로 네 번의 무생채를 만듭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잘 먹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어제가 바로 네 번째 제조였죠. 며칠 만에 무생채 장인이 되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들은 벌써 '또 만드냐고'하고 있지만 저와 아내는 질리지 않고 끼니마다 엄청나게 먹어대고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 폭식에 가까울 정도로 먹어대는 무에는 놀라울 정도로 장점들이 많습니다.


1. 소화 흡수를 도와 변비 예방(다이아스타아제 성분)

2. 노화를 지연시킴(비타민C, 베타카로틴, 폴레페놀 성분)

3. 기침과 가래를 줄여줌(시니그린, 퀘르세틴 성분)

4. 암 예방을 도움(이소티오시아네이트 성분)

5. 간세포를 보호해 숙취를 해소시킴(베타인 성분)

6. 다이어트 효과(낮은 칼로리, 식이섬유)


다만 몸이 차갑거나 소화 장애, 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고 합니다. 다행히 제게는 해당사항은 없군요.


집에 가져다 놓고 쇠고기뭇국만 해 먹고 계륵 같았던 채소가 무였는데 이런 계기로 새롭게 변신합니다. 역시 사람은 뭐가 되었든 간에 배워야 한다니까요.


한 줄 요약 : 무생채! 널 우리 집 밥도둑으로 긴급 체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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