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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요!!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부를 때 사회적으로 합의된 호칭을 사용합니다. 아빠, 엄마, 형, 누나, 이모, 아저씨, 아줌마, 학생, 아가씨, 총각 등등이 이에 해당되고는 하죠. 나름의 어원이 있지만 이 호칭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혹시 할배라는 단어를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단어는 경상도나 강원도에서 할아버지를 일컫는 방언입니다. 한아바에서 할바로 거기서 마지막에 할배로 변형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표준어인 할아버지라는 표현보다는 조금 강한 느낌이 있죠. 그런데 이 말 때문에 심란했던 적이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주말 가족들과 친가에 다녀왔습니다. 명절에 근무를 서느라 가지 못했을뿐더러 아버지의 건강상에 걱정스러운 문제가 있어서 겸사겸사 해서였습니다.


집에 내려간 김에 아버지께서 하시는 텃밭일도 좀 거들어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공교롭게 근처에서 텃밭에 퇴비를 나르는 날이었던 모양입니다. 텃밭으로 향하는 뒷산 초입에는 한 포대에 20kg이나 되는 퇴비가 쌓여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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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텃밭 이외에도 처음 보는 아저씨 한 분도 텃밭에 퇴비를 나르고 있었습니다. 이미 아버지와는 안면이 있으신 그분께서 대뜸 아버지를 향해서 이렇게 말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할배요, 다 날랐십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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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로는 "할아버지, 다 옮기셨나요?" 정도겠죠.


원래 말투가 투박한 분으로 보였기에 그다지 예민하게 반응할 일도 아닌 말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평생 동안 불렀던 호칭이 아버지였는데 아이들이 부르는 할아버지도 아닌 생판 모르는 사람을 통해서 할배라는 단어를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제게 한 말도 아닌데 왠지 서글프다는 생각도 들었죠. 아무래도 아버지의 건강이 잠시 안 좋으셨기에 그랬는지도 모르죠.


인간이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은 숫자에 불과하고 노화 또한 아직까지는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여왔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직 철이 덜 든 아이처럼 생각하시는 아버지, 엄마의 한 아들일 뿐이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요즘은 머리 염색도 하시지 않아 눈처럼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가 인상적입니다. 그야말로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되는 비주얼이죠. 그렇지만 남이 그렇게 부르는 모습을 들으니 마음이 썩 좋지가 않습니다.


할배라는 단어가 함부로 말하는 듯해 보여서였을까요. 내 아버지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데서 오는 슬픔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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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검사를 받으신 뒤에는 크게 우려할만한 점은 없고 약을 챙겨드시면서 검사만 꾸준히 하면 된다고 하니 한시름 놓기는 했습니다.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어르신들처럼 지금부터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꾸려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한 줄 요약 : 백 세 시대에 70이면 아직 청춘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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