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여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비엔날레(Biennale)가 열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때 맞춰 데미안 허스트(Damien Steven Hirst)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3년 만의 침묵을 깨고 나타난 그의 전시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전시 참가자, 기획자, 관람객 그리고 휴가 온 관광객 등 베니스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할 만큼 넓은 전시장과 에어컨 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베니스는 바다와 더운 공기가 합심하여 관람객을 지치게 했다.
그러한 가운데,
땀으로 범벅이 된 여행자를 다독이고 지탱해 주는 전시가 데미안 허스트의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전'이었다.
"전시는 2세기의 ‘시프 아모탄 2세’라는 인물로 시작된다. 그의 각종 보물을 실은 배는 인도양에 침몰했고, 약 2000년이 지나 배를 발견한다. 10년 동안의 발굴 과정을 거쳐 건져 올린 보물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전시 내용, 이는 모두 ‘거짓말’이다." (출처: 해럴드)
방대한 전시장은 세 군데로 나뉘어 각각의 프로젝트와 콘셉트로 연결되었다.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제작한 작품을 바다에 담근다. 주로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메두사, 파라오, 미키 마우스, 인어 공주 등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말끔했던 작품은 소금의 힘이 가해지고, 갖가지 생물들이 기생하여 바다의 시간 속에 여물어 간다. 물의 힘은 자꾸만 강해지고, 그 속에 겉돌던 메두사와 파라오, 알 수 없는 정체의 동물도 나이를 먹기 시작한다. 이제는 정말 바닷속 생물 같다. 아니 오래전, 아주 오랜 옛날 침몰한 배의 보물섬 같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생물들은 인양되기 시작한다. 바다 위로 건져진 생물 아니 작품에는 소라, 산호, 미역, 조개껍질 등 많은 이물질이 붙어 있다. 그들은 이제 바다를 떠나 세상에 공개될 채비를 한다.
3년간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는 많은 인원과 경비가 들었으며(한화로 750억 원 이상), 그 과정 또한 잠수부 외 수많은 보조원들을 동원하여 비디오 영상과 사진들을 남겼다.
작품과 규모에 놀라고, 2017. 12월까지 열리는 전시를 보기 위해 세계의 유명 문화 예술인이 방문할 예정이라니, 그의 아이디어와 상상을 초월한 프로젝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데미안 허스트(1965.7~)는 영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설치작품, 회화, 조각 등을 통해 대중문화의 전통적인 경계에 도전한 개념 미술 작가이다. 그는 영국의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라는 최고의 켈 렉터 눈에 띄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사치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여 상품이 될 수 있는지(정확히 말해 돈이 되는지) 없는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전시장의 규모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수도, 스케일도 방대했다.
특히 인어공주, 미키 마우스, 로봇, 곰과 같은 작품은 어린아이에게 인기가 많았고, 파라오와 왕관 그리고 동전, 보석 등은 오랜 기간 바다에 숨어 있다 건져 올린 진짜 보물 같았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서는 '개념은 후원, 이데올로기, 돈, 교육이 뒤 얽힌 복잡한 체계에 대학교육과 박물관의 지원 사격이 더해진 결과이며,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생각을 좌우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을 대하는 생각은 어느 정도 타의에 의한 조작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소더비즈(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 경매 회사는 작품에 가격을 매김으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다. 물론 그 뒤에는 기업과 컬렉터, 사업가 등이 있다.
예술은 역사성 또한 가지고 있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성 즉, 상업성이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원한다.
그것을 통하여 상상하고, 추억하며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관객은 감동하고 그러한 작품은 거리 가운데, 건물, 공원 그리고 숲에 한 자리씩을 차지한다. 예술과 상업의 만남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것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침투하고 점점 익숙한 풍경으로 그때, 그 시절을 상징하는 그 무엇이 되어 간다.
데미안 허스트는 천재인가. 뛰어난 사업가인가.
전시를 구경하는 내내 그의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었다. 그야말로 예술과 과학에 근거한 기술적 만남으로 기억되는 전시였다.
예술이 가진 역사성은 훗날, 그를 평가할 것이다.
생전에 그림 한 점 팔지 못한 고흐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나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갤러리의 방을 차지하고 있다.
예술과 시장의 모호성, 작품과 상품의 애매한 경계.
고인이 된 천경자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자식’ ‘새끼’라는 표현을 썼으며, 남에게 넘길 때 애달파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에는 만만치 않았던 삶의 치열함이 날 것으로 녹아 있다. 죽음 앞에서 까지 자신의 ‘새끼’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자식’이란 표현도 뭉클하지만, ‘새끼’는 더 아프다.
데미안 허스트에게 ‘난파선의 보물’ 은 ‘새끼’ 일 수 있을 까.
예술은 변화를 주도하고, 그 뒤를 밟아 따라잡는 것은 숨차다.
때때로 그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너무 지각을 하는 바람에 뒤처진 느낌이 들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은 예술을 바라보는 관객의 영원한 숙제이다.
*비엔날레( Biennale) - 이탈리어어로 '2년마다'라는 뜻.
미술분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전시 행사
2017.6 Venezia
photo by 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