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산업을 멈추게 하는 법

사고를 막자던 법이, 현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by Christopher K

산업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하지만 시행 이후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이 강화되었다는 평가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현장이 멈췄다는 절망의 목소리가 더 크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 법으로 인해 투자도, 채용도, 기술개발도 포기한 채 생존만을 걱정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책임 전가 구조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관리자나 협력사 책임이 아닌, 대표이사(CEO)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실질적 통제력과 무관하게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이 CEO에게 전가되는 구조는 기업의 활동 의지를 꺾고 있다. 게다가 ‘충분한 예산’, ‘적절한 인력’이라는 조항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법적 예측 가능성이 전혀 없다.


결국 많은 기업들은 실제 안전을 강화하기보다는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서류 작업에 매달리며 하루를 허비하고 있다. 지방노동청은 정작 현장을 알지 못한 채 형식적인 평가표나 서면 기준만으로 지도와 처벌을 반복하고, 중소기업은 그런 행정 대응에 지쳐 생산 활동조차 힘들어진다.


지금 중소 제조업의 대표들은 말한다. “일보다 법이 더 무섭다. 공장은 돌아가야 하는데, 사무실에서 법 대응 문서만 작성하고 있다.” 안전관리를 하자는 법이 오히려 현장을 위축시키고 사업 의지를 꺾는 법이 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은 세월호,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의 대형 사고를 계기로 도입과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작 논의의 중심에는 ‘어떻게 사고를 예방할 것인가’보다, ‘누구를 처벌할 것인가’, ‘어떻게 정부 책임을 야당이 추궁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우선되었다.


안전이 정치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런 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더 강화하자, 국가도 처벌하자는 식의 여론몰이는

결국 ‘사고=형사처벌’이라는 감정적 정치법제화로 이어졌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법이다.


이 법을 발의하고 밀어붙인 일부 진보 정치권은

시장과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모든 사고는 기업 탓”이라는 단선적 사고로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작업자의 실수, 현장 소장의 판단 미흡, 외주업체의 교육 미이행, 정부의 미비한 가이드라인까지

다양한 요인이 얽힌 사고를 단순히 한 사람의 ‘형사책임’으로만 귀결시키는 구조는

산업도, 생명도, 정의도 지켜주지 못한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현장을 떠받치는 중소기업들에서 시작된다. 이들이 무너질 경우, 대기업도 공급망 단절과 납기 지연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끝에는 청년 일자리 붕괴, 기술 단절, 지역경제 붕괴라는 거대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단순 처벌이 아닌 예방 중심의 정책으로 바꾸고,

대표이사의 책임 범위도 실질적 통제권이 있는 수준으로 한정해야 한다. 중소기업에는 유예기간과 함께 정부 주도 안전 컨설팅, 매뉴얼 제공, 비용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안전을 말하면서 기업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법은

결코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진짜 생명을 지키는 법은 기업이 현장을 포기하지 않고, 더 투자하고, 더 조심하게 만드는 유인 구조다.


정치는 생명을 팔아선 안 된다. 안전을 말하려면, 그 말이 실제로 사람을 살리는 구조여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