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탈출, 웰스엑시트(Wealth Exit)

조용한 탈출, 웰스엑시트가 시작되었다.

by Christopher K

요즘 대한민국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번져가는 흐름이 있다. 바로 ‘웰스엑시트(Wealth Exit)’, 자산가와 기업인들이 이 나라를 떠나는 현상이다. 표면적으로는 경제가 회복되는 듯 보인다. 주식시장은 급등하고, 부동산도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숫자들을 내세워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인들과 자산가들은 묵묵히 짐을 싸고 있다. 떠나는 이들이 말한다. "우리가 이 나라를 떠나는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우리를 떠나게 만든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은 법과 제도 앞에 속수무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의 모든 사고 책임을 CEO에게 물으며, 하루하루를 벌벌 떨며 공장을 돌리는 이들에게 ‘형사처벌’이라는 칼날을 들이댄다. 여기에 4.5일제 근무 도입, 지속적인 법인세 인상, 노조의 무제한적 파업과 정치적 면죄부는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고 경쟁력을 앗아가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의 권리를 운운하지만 정작 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생존권은 외면한다. 결국 공장은 멈추고 투자는 줄어든다. 그러나 정부는 실물경제는 외면한 채 오직 자산시장만 떠받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이 급등하고 있지만, 이는 기초체력 없이 부풀려진 거품에 불과하다. 실질소득은 줄고 민간소비는 위축됐는데 자산만 오르는 기형적 구조가 지속될 수는 없다. 언젠가 거품은 꺼질 것이고, 그 충격은 수백만 국민의 일자리와 노후를 파괴할 것이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이 허상을 진짜라고 믿는다는 데 있다. 눈앞의 숫자만 보고, 당장 주식이 올랐다고, 부동산이 뛰었다고 정부를 칭찬하는 사람들. 그들은 이 거품의 비용이 누군가의 미래에서, 누군가의 기업에서, 누군가의 아이들의 기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그 사이 자산가들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법인을 해외로 옮기고, 가족의 국적을 바꾸고, 자산을 분산한다. 그들은 단지 절세나 투자처 다변화를 위해 떠나는 게 아니다. 이 땅에선 더는 기업가로서, 자산가로서의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도한 규제, 예측 불가능한 법제도, 반기업 정서, 급변하는 노동정책 속에서 더는 이 나라가 자신들의 삶을 보장해줄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질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기업이 사라진 자리에 일자리는 없고, 자산이 빠진 곳에 세수는 마르며, 경제는 기반을 잃는다. 그때 가서 사람들은 묻기 시작할 것이다. 왜 그때 아무도 경고하지 않았느냐고, 왜 떠나는 이들을 막지 않았느냐고. 그러나 늦었다. 이미 부는 빠져나갔고, 돌아올 이유도 사라졌다. 복지 국가를 떠받치던 세금은 줄어들고, 남겨진 사람들은 무너지는 사회보장 시스템 속에서 서로를 탓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비극은 잘못된 방향에서 비롯된다. 지금 정부는 포퓰리즘으로 치장된 수치만을 강조하며 정책의 실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숫자도 결국 무너진다. 지금 대한민국이 가고 있는 방향은 자산이 떠나고, 기업이 떠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방향이다. '웰스엑시트'는 그저 시작일 뿐이다. 지금 이 흐름을 멈추지 못한다면, 그 끝엔 대한민국 경제의 텅 빈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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