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d) 나는 왜 해외 취업을 했는가

그리고 무엇을 얻었는가

by Wonki Choi

17.8.3.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실제 방문은 처음이었기에, 내 머리속 홍콩의 이미지는 끝내주는 야경과 기본 2개국어는 할 줄 아는 국민들, 세계화가 많이 된 아시아 국가 정도였다.


입사한 회사는 McK, Bain, BCG 등 컨설팅 기업과 투자자문기관 등을 클라이언트로 하여, 이들의 스터디를 위해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전문가 네트워킹 기업이었다. 입사할 때 약 40명이 조금 넘는 규모였는데, 현재 110명이 넘었으니,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도 대표적인 EN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해외 취업을 떠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해외취업은 간접경험으로 도무지 알 수 없다
해외취업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멘토들에게 서로 다른 경험과 조언을 들었다. 그 속엔 긍정/부정이 섞여 있었고, 긍정으로 들었던 조언을 다른 멘토분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책이든 멘토에게 조언을 구하든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내게 의미 있는지/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하자.
국내 대기업 과장님(한국 베이스)이 해외 취업에 대한 꿈을 잊지 못하고, 서른 중반에 싱가포르에 취업했다. 연봉 및 타겟 국가를 고려했을 때 성공적 이직이었지만 6개월 내로 해고를 당하셨다. 국내 조직 문화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 및 생활 적응 실패가 그 이유였다.
해외취업 생활은 생각과 다른 면이 많기에, 아직 잃을 것이 많지 않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29이었지만, 내게는 그 나이가 가장 빠른 시기였다.


나름 국내에서 열심히 영어 공부한 내가 해외에서 통하는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업무를 하는데 스트레스는 많았지만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영어 실력 향상하는 데 있어서 (1) 영어 향상 목표 설정(어느 정도 구사까지를 목표로 하는지)의 중요성과 (2) 각 단계의 한계 및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과정을 알게 됐다.
(1) 정보를 습득하고 참고를 위한 영어를 목표로 하는지, 영어 프리젠테이션까지 할 실력을 목표로 하는지 등의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막연하면 성취감보다 부족함에 계속 집중하게 되며, 스트레스 및 자괴감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2) 영어 공부 법에는 각 방법마다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래 단계 정도면 국내 베이스 한국인에게 좋은 프로세스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학원/책 -> 교환학생/해외유학 -> 해외취업
학원 및 책으로 외국인으로서의 영어를 익히고, 교환학생/해외유학으로 아카데믹 및 생활영어를 부딪치며 익히고, 추후에 해외취업을 통해 인도, SEA 등의 다양한 영어를 접하면 충분히 좋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 같다.


8개월간의 홍콩 직장생활 시간은,
내 직장생활 중 가장 많은 일을 했던 시기였고, 일을 오래 하면 몸이 축나는 걸 넘어 아플 수도 있음을 알게 된 시기였으며, 매일 내 능력치 보다 훨씬 더 난이도 높은 업무를 하며 내가 얼마나 모래알 같은 존재인지도 알게 된 시기였다. 또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하고 싶은 일의 네이처도 알게 된 '내 인생의 쓰지만 몸에 좋은 약과 같은 시기'였다.


하지만 이 약은 3월 초에 사직서를 내며 끊기로 하였다.

긍정적 이유로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여러 전형 끝에 4월부로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일부터 꼼꼼하게 기여하고 창조해나갈 생각이다.

부정적 이유로는 더 이상 아침에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하고, 매월 주말 포함하여 하루를 제외하고 출근하는 업무 강도를 견딜 수 없었다. 사실 이정 도 업무 강도는 30대 중반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온전히 한국인이 나 한 명이라는 이유로 '책임감'으로만 하기에는 너무 높은 강도였다. 아주 가끔이라도 일에서 오는 보람에 뽕을 맞으며 빡시게 일하고 싶었다.


8개월 만에 쓰는 취업 후기이다 보니 서론이 이만큼 길었다.


이제 다시 본론이다.

내가 느꼈던 바는 아래와 같다.


1) 해외 취업의 목표 및 이유는 무엇이고, 그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기.
나의 경우는 '영어 실력 향상', '해외취업이 내게 맞는지 경험(Technically Hong Kong though)', '해외에서도 내가 먹히는지 확인' 이었다.
'영어 실력 향상'은 업무수행(외국인 전문가 섭외, 해외 클라이언트, 사내 정기회의 커뮤니케이션, 보고서 작성) 및 실적 내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이정도 레벨에 만족했다. 물론 이 수준에 만족하는데 시행착오가 있었다.
홍콩대, 런던 정경대, 와튼 스쿨등을 나온 동료들과 업무를 하다보면, 깨닫게 된다. '이 친구들만큼 하려면 3~4년은 영어를 더 파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엔 시간 및 포기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내가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정도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물론 본인의 목표에 따라 3-4년은 충분히 더 집중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다. 우선순위는 모두 다르니 따져봐야 된다. 내 목적과 이유를.


2) 하고 싶은 혹은 할 일의 네이쳐 꼼꼼히 따져보기
해외취업을 고려한다면 '해외'라는 단어에 집중이 되어 일의 네이처보다는 '해외' 취업 생활의 이면을 다양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이 나라는 내게 맞을까?, 집값은 어떻지? 한국인에게 호의적인가? 물가는 어떤가? 등등. 하지만 나라/장소/문화가 바뀌는 것만큼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직업 인더스트리 및 네이쳐였다. 한국에서 맞지 않는 일이 해외를 나간다고 잘 맞아지지는 않는다. 해외 취업의 ‘해외’보다 ‘취업’에 좀 더 집중해서 고민을 더 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3) 실적 = 너의 존재의 이유.
재직했던 기업은 철저하게 실적 베이스 기업이었다.
나는 유일한 한국인 풀타이머 였기때문에, 업무량은 많았고 자연스레 가장 늦게 퇴근하는 멤버로 실적은 자연스레? 쌓여갔다. (사실 생존을 위해 열심히..!)
멤버가 늘어나며 한국 일본을 총괄하는 팀장으로 승진하고, 연봉은 계속 상승해서 어느새 전 직장의 두 배를 훌쩍 넘게 받게 되었다. 그만큼 실적만 내면, 대우는 매우 정직하다.
하지만 매월 압박 및 실적 스트레스는 엄청나고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 회사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멤버를 수혈한다.
항상 마지막에 퇴근했기에, 해고 통보를 받고 혼자서 사무실에 울고 있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몇 동료의 해고소식은 충격적이었는데, 우수한 성과를 내다가 최근 두 달간의 퍼포먼스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자 정리된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4) 해고.. 이보다 더 쿨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A 동료에게 다음 주 월요일에 점심을 먹자고 메신저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나 집에 가고 있어,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어, 우린 친구지?, 밖에서 보자!’

B 인턴 친구가 합류하였다. 하루 일하고 평가를 하는데 해고하자는 피드백을 들었다. 나는 물었다. 왜?: He/She is not smart.

그 친구의 성실성 및 좋은 태도를 얘기하며, 퍼포먼스를 잘 낼 거라며 당일 해고는 막았다. 제한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래도 팀에 충분히 기여하는 멤버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해고 뒤에 다른 친구를 고용해서 얻는 이득보다 나의 기존 결정의 이익이 더 컸는지를 묻는다면.. ‘글쎄’라고 말할 것 같다.
많이 놀랐던 것은 들어온 당일부터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나는 이렇게 못한다...).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데에 놀랐고, 홍콩의 한 자리를 위해 다양한 나라에서 뛰어드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후보자의 공급에 또 한 번 놀랐다.. 충분한 인재 공급, 그 속의 매우 스마트한 후보자.. 이 두 가지 변수만으로 사람을 뽑는데 고려하는 점이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장기적 관점으로는 태도 및 성실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채용되고 빠르게 해고되는 환경 속에서는 빨리 결과를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한 것 같다.


5) 홍콩 한류
홍콩의 수퍼마켓에 한국국기가 그려져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음식 구하는 건 정말 쉽고, 한국어를 공부한다며 이것저것 물어보며 접근하는 홍콩 친구들도 많다.
국적을 한국으로 대답하거나 한국으로 출국할 때 동경의 눈빛을 보내는 친구들이 종종있다. (착각이었다면 죄송..)
치킨마루, 교촌치킨에는 긴 웨이팅 줄이 있다. 한국 음식 레스토랑, 화장품의 인기는 정말 피부로 와 닿는다.


6) 한국분들 Work Ethic 정말 좋다. 그런데 인도가..

동료들과 협업을 할 일들이 생기는데, 내가 바짝 긴장하게 되는 협업은 인도친구들과의 협업이었다.
이 친구들은 밤 새벽이 정말 없다 ㅠ.
헝그리 정신이 정말정말 충만하다. 그리고 똑똑하기 까지 하니, 한 500만 명을 어떤 도시에 풀어놓으면 한강의 기적도 몇 년이면 뚝딱 재현해낼 것 같다. 그들과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다. 해낸다. 그리고 난 뻗는다.


7) 일본어의 힘!
생각보다 해외취업을 한 일본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일본 MBA 졸업생 및 구직자 분들은 상대적 희소성으로 인해 취업이 비교적 잘 되는 것 같았다. 한국인에게 중국어보다는 일본어를 익히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험/조언을 접했다.


8) 해외취업 시간은 자신/진로에 대해 정말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
해외에 가면 한국에 내 동료, 동네, 익숙한 모든 것들과 멀어지고 성과를 내야 하는 환 경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에 더 집중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나는 하는 일에 많은 의미를 두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됐다. 일은 일, 삶은 삶이라 생각하며 일은 되도록 빨리 끝내고 퇴근 후 삶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고 그분들의 속 편해 보이는 모습에 잠시 그렇게 분리해보려 하였으나 나는 결국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은 일의 속성에 집중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다른 나라에 취업한 한국 친구들도 본인의 무대에 대해 굉장히 깊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해외취업의 내가 얻은 가장 큰 결실은 직업 선택에서의 내 우선순위를 알게 됨이었다.


해외취업 생활이 끝나면 영어 향상이나, 글로벌화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는 글을 쓸 줄 알았는데, 자신에 대한 이해의 시간이었다며 글을 마치게 됐다.

해외취업도 결국 엄청나게 특별한 것이 아닌, 학교에 가고 노래를 선곡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선택 중의 하나였다. 해보니 결과물이 생겼고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의 기회 및 그를 기반으로 다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경험’ 으로서의 의미로 남았다.

영어나 글로벌 지수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은 것 같다.

나도 이제 30대가 되어 20대보다는 더 노련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20대 때는 어느 정도 본인의 이유가 있으면 해본 후 결과물을 들여다보며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많이 받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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