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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광우 Apr 22. 2023

혼자도, 늙어도,  할 수 있다. 해외 자유여행 즐기기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것도 하늘을 날아 낯선 세계를 접할 수 있는 해외여행을 좋아한다. 절약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생활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혹자는 이 말을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원래 해외여행이란 게 비행기 삯이며 호텔비 등을 포함해 그 비용이 만만찮기 마련이어서 절약이라는 단어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고 모아서 해외여행의 경비로 삼는다면 어느 정도 이해되지 않을까? 

 여행은 대부분 자유여행 형태로 이루어진다. 패키지여행이 관광의 측면에서 훨씬 알차고 편하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목적 자체가 다른 까닭이다. 주변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환경에서 삶을 되돌아보고자 함이 여행의 큰 목적인데 여러 팀이 우르르 몰려다니게 되면 그럴 여유가 없어진다. 자유여행은 비용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간혹 여행사에서 땡처리 상품을 들먹이며 최저가니 특가니 운운하지만 따지고 보면 애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선택관광이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른바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하는 관광이라는 의미지만 막상 여행을 하다보면 이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른 사람이 관광하는 동안 그걸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일정한 장소에서 대기해야한다면 과연 선택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 가격이 싸면 그걸 보전하기 위해 연계된 쇼핑센터를 강제로 방문시키기도 한다. 더러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 또한 도움이 되는 바 없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그것도 시간낭비에 불과할 따름이다. 

 문제는 낯선 환경 속에서 어떻게 소통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영어를 능숙하게 한다면 단박에 해결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의 영어실력은 10년이 넘는 교육과정을 거쳤음에도 거의 젬병수준이다. 사실 이 때문에 처음 여행을 할 때는 엄청나게 힘들었다. 그럼에도 무사히 여행을 다닐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상당한 자신감까지 가질 수 있게 된 건 철저한 사전준비의 힘이다.   

 나에게는 여행을 하는 기간보다 준비하는 기간이 훨씬 긴 게 일반적이다. 일주일 여행을 위해 한 달 가까이 준비할 때도 있지만 그걸 절대로 쓸데없다 생각하거나 아까워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 기간 동안 내가 누리는 행복감이란 여행할 때의 기쁨 못지않게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이는 내 여행기간이 그만큼 늘어남을 의미하는 바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준비가 완벽하면 할수록 여행의 질도 높아지기 마련이어서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여행할 나라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방문할 지역을 선정하고 어떤 경로로 움직일 것인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내가 동유럽여행을 비엔나, 프라하, 잘츠부르크, 부다페스트를 거쳐 다시 비엔나로 돌아오는 코스로 여행했던 것처럼. 이동하는 방법도 이때 함께 결정하게 되는데 소요시간이 네댓 시간 이하면 주로 기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비행기는 공항까지 오가는 시간과 대기시간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큰 메리트가 없고, 버스터미널보다는 역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할 뿐 아니라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그 편이 훨씬 수월하다. 

 지역과 경로가 결정되면 다음은 각 지역별로 돌아볼 관광지를 찾아 구글맵에 위치 저장을 한다. 프라하라면 카를교, 스트라호프수도원, 프라하성과 같은 장소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 후 지도를 참고하여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여정을 구성하고 도보, 트램, 메트로 같은 이동방법과 함께 소요시간도 파악해둔다. 관광지마다 휴무일과 오픈시간, 입장료를 확인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어렵사리 찾은 관광지가 휴무라든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할 때만큼 당혹스러운 일은 없다. 일일이 그걸 어떻게 다 확인하느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구글맵을 잘 이용하면 이 모든 작업이 간단히 해결된다. 인터넷검색으로 맛집과 쇼핑장소를 찾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여행의 반은 식도락과 쇼핑이다. 유명한 맛집, 쇼핑몰이나 마트의 위치 역시 지도에 저장하여 이동 동선에 포함시킨다. 그게 다  끝나면 이번에는 해당지역에서 사용가능한 교통패스나 뮤지엄패스가 있는지 찾아본다. 이것들을 잘 활용하면 상당한 여행경비 절감이 가능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정리되면 자연적으로 그 도시에 머물러야 하는 날수가 계산되는데 그럼 그걸 바탕으로 호텔 예약을 시작한다. 

 요즘은 워낙 앱이 많아 호텔예약도 어렵지 않다. 예약 시에 무엇보다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금액과 위치다. 특히 위치는 여행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데 난 기차역과 가까운 곳을 좋아한다. 한 곳만 머무른다면 모르지만 여러 곳을 이동한다면 그것만큼 이동하기 편리한 게 없다. 아울러 역 주변은 보통 마트나 식당 등이 많아 끼니를 해결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취소시 환불조건과 현지에서 지불해야하는 세금, 조식포함여부, 하우스키핑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 호텔비가 싸다고 예약을 했는데 부가비용이 늘면서 예상외로 비싸졌던 경험을 한 적도 있다. 구글맵의 스트리트뷰 기능을 이용해 호텔주변을 미리 탐색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만으로도 혹시 위험지역은 아닌지, 호텔건물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대중교통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첫날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방법이다. 누구나가 처음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나서려면 모든 것이 낯설어 멘붕상태에 빠지기 쉽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어찌어찌 다 해결되는 법이지만 그 순간만은 정말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하기 쉽다. 이때를 대비해서 공항버스나 공항열차의 매표방법과 승차위치를 미리 숙지해두어야 한다. 찾아보면 잘 알겠지만 친절하게도 이런 부분을 자세히 알려주는 유튜버들이 많다. 그들의 동영상은 많은 도움을 준다. 도심 내를 오가는 교통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만 준비하면 여행을 하는 기간 내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난 매번 이런 방법으로 여행을 즐긴다. 세상에 경험만큼 확실한 배움은 없다. 누구나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 해외로 나가는 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된다. 벌써 이순을 넘은 내가, 영어를 제대로 할 줄도 모르면서, 혼자든 아내와 함께든, 세상 어디라도 선뜻 해외여행을 나설 수 있게 된 건 그런 배경에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일단 꼼꼼하고 충실하게 준비부터 해보라. 그 과정 중에 분명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선뜻 도전에 임할 수 있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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