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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광우 May 09. 2023

해외여행, 같은 비용으로 400% 누리는 비법

 해외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쉬 떠나지 못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당장 모든 걸 젖혀두고 며칠이나마 시간을 내는 일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이라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쩌다 크게 마음먹고 다녀와도 여행에서 느꼈던 진한 감동은 빠른 시간 내에 찌든 일상 속으로 파묻혀버리는 반면 사용한 여행경비를 메우는 작업은 긴 시간동안 이어진다. 해외여행이라는 단어 앞에 ‘꿈에 그리는’과 같은 수식어가 자주 따라다니는 것도 이런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비교적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인 나에게도 그건 마찬가지다. 한 번 여행을 결심하기까지 수천 번 수만 번 생각을 거듭하고 고민한다. 여행을 할 때마다 가능하면 비용을 줄이려 애를 쓰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한 번 여행하는 비용으로 두 번 여행할 수 있다면 여행의 기회가 나에게는 두 배나 늘어나는 셈이니까. 

 하지만 경비를 줄이는 데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우선 비행기 삯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선택하는 항공편에 따라 다소 차이야 있겠지만 싼 항공권의 경우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여러 가지 조건들이 붙어있기 마련이다. 경유지를 거쳐 가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거나, 변경이나 취소가 불가한 항공권들이 대다수다. 숙박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체감할 만큼 싼 숙박지라면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겨우 내 의지대로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식비 따위가 고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건 아낀다고 해봐야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이유들 때문에 여행을 마치고 나서 정산을 해보면 들인 노력에 비해 경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나 또한 매번 느끼는 일이다. 

 가치라는 것은 만족도를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말은 보다 나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 이외에 만족도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난 언젠가부터 생각을 고쳐먹었다.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같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것을 누리는데 쏟아 붓기로. 노력은 나름 성과를 보였다. 그것이 이제는 꽤 자리를 잡아 여행에 들인 비용이 크게 아깝지 않은 수준에까지 도달해있다. 

 여행을 하기 전에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사전답사다. 이름이야 거창하게 답사라는 말을 붙였지만 그것이 실제 그 장소를 미리 가본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사이버공간 상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장소를 먼저 둘러본다는 말이다. 요즘이야말로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없는 세상이다.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내가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을 먼저 여행한 사람들이 올려놓은 글들과 사진, 영상들이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구글지도에서는 세계 어느 곳의 거리든 가장 최근의 모습을 스트리트뷰라는 서비스이름 하에 사진으로 제공한다. 유명관광지에 대해서는 동영상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들을 잘 이용하면 말 그대로 사전답사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가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여행지를 한 번 둘러본 상태에서 여행을 떠날 수가 있어 여행에서의 시간과 노력은 당연히 줄어든다. 그건 고스란히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행지에서도 잊지 않는 일이 있다. 하루의 여행이 끝난 저녁이면 난 그날을 돌이키며 나름 일기형태의 기행문을 쓴다. 기행문이라고 해서 뭐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돌아다녔던 코스를 다시 한 번 그려보면서 여행지마다의 특이했던 점과 그곳에서 느꼈던 소회를 간단히 적는 정도다.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는 찍었던 사진이나 동영상을 들추어보기도 한다. 일기는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부담스러울 때는 그저 몇 개의 단어만을 조합한 메모에 그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그날의 여행지를 다시 한 번 여행하는 효과가 일어난다. 여행의 감동을 보다 오랜 시간 기억할 수 있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또 한 가지 일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짧은 영상들을 모아 나름 스토리가 내포된 한 편의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써두었던 글들은 영상 속에서 자막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작업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그러나 제법 그럴싸한 영상이 완성되고 나면 뿌듯하니 성취감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수고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을 수 있다. 함께 여행했던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해서 보람도 따르는 일이다. 비록 구독자가 몇 안 되는 유튜브채널이긴 하지만 그곳에 업로드를 해놓고 TV를 통해 보고 있노라면 여행당시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기도 한다. 거기다 두고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다시 볼 수 있어 추억 팔이에 이것만큼 좋은 게 없다. 

 나의 모든 해외여행은 이런 과정을 곱다시 거친다. 다시 말해 난 여행지 한 곳을 네 번이나 여행하는 셈이다. 결국 남들과 똑같은 비용으로 네 배를 누리는 꼴이니 이는 거꾸로 말하면 비용이 사분의 일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행할 때마다 그리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내 역시 비용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행에 들인 비용에 비해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얻는 바람에 심리적으로 여유를 갖게 된 까닭이다. 난 믿는다. 모름지기 이런 방법으로 계속 여행을 거듭하다보면 조만간 네 배 아니라 열 배, 그 이상의 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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