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이라는 감정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다,
희노애락(喜怒愛樂)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
감정(感情)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이 감정들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소인듯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만 모른척 하려는 감정도 있다.
그 감정의 이름은 우울이다. 누군가는 '조울증'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공황장애' 라고 도 한다.
잘 살고 있던 감정들 속에서 팅겨져 나와 나도 엄연한 감정이라고 심술을 부리곤 한다.
기쁨을 빼앗아 가고 화가나서 못견디겠다는 듯이 마음을 후벼파고 생채기를 내서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들고 만다. 즐거움이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감정처럼 절대 찾지 못할 숨박꼭질의 술래를 피해 아무도 모르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버린다.
누군가 물었다.
" 난 우울한 사람이 싫어요"
" 밝은 사람이 좋아요. 유쾌하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좋아요"
" 왜 우울하죠? 우울한 이유가 머죠?"
나는 대답했다.
"전 지금 우울하지 않아요. 한때 우울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우울하지 않아요"
"우울 과 닮은 조울증 , 공황장애, 성인ADHD 도 앓았지만 지금은 다 나았어요."
왜 거짓말을 했을까? 나는 왜 거짓말을 해야만 했을까?
무엇을 숨겨야 내 스스로가 좋아보였을까?
난 우울하지 않고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라는걸 왜 굳이 강조하려 했을까?
지금은 병원치료와 약물 복용으로 많이 좋아졌고 병원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했던
말도 덧붙여 설명했다.
" 이제 약은 더이상 안드셔도 되요. 다만 갑자기 예고없이 증세가 나타나거나 다시 힘들어 질수도 있으니까. 관리는 하셔야 해요. 3개월에 한번씩은 최소 6개월에 한번씩은 병원에 오셔서 저와 상담하는 시간은
필요하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이제 환자분과 함께 살아갈 또하나의 환자분의 감정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해 지실거예요.
완치라는 개념보다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시고 힘들고 괴로웠던 우울의 감정을 함께 살아갈 환자분의 또하나의 감정이라고 받아들이세요.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는 그 감정을 겪기 싫어 또하나의 벽을 만들면 그 벽을 반드시 허물고 보란듯이 환자분을 찾아 올겁니다. 조금씩 견디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한 모든것을 한꺼번에 앗아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다루기 힘든 꼬마아이 라고 생각하시고 잘 보듬고 안마주고 너무 구석에 꽁꽁 숨겨 두려고 하지 말고 따뜻한 시선으로 잘 지켜 보세요."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떤것일까?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라서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난 이후로 이런저런 우울증 을 극복한 후기를 담은
책들을 읽어 보기 시작했다.
그 많은 책 중에 나의 시선을 이끈 책은 이주현 기자님의 책 ' 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라는 제목의 책 이었다, 이 책의 말미에는 다소 상투적이지만 '사랑' 이라는 단어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결국은 '사랑' 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마음속에도 나와 같은 마음이 있을거라고 난 위로했다. 버릴수도 없앨수도 없는 마음이라면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잘 보살피자 잘 보듬어 주고 잘 지켜 봐주자,
나는 이제 함께 살기로 마음 먹었다. 나를 힘들게 했던 나의 꺼내기 싫은 괴팍한 감정, 다루기 힘든 나의 못난이 감정
'우울' 이라는 감정과 사이좋게 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는 거짓말로 나를 포장하거나 숨기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환자였으며,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 더 나빠지지 않으려 매일을 노력하는 건강한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잠재적 환자라고 말할것이다.
창밖엔 봄을 재촉하는 비가 아침부터 내리고 있다.
스물스물 우울이라는 감정이 기지개를 켜려고 한다.
나는 이야기 한다.
'오늘은 조금만 같이 놀자. 아주 조금만 같이 놀자' '심술 부리지 말고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