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고향
삶과 죽음 그 경계 어디에 있는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고향방문
달리는 차 안에서 부자지간의 대화는 전혀 없었지만
아버지의 소망과 바람 그리고 그리움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는 나이가 되어가는 나는
차 안 공기를 가르는 부쩍 늘어난 아버지의 마른기침 소리로
어렴풋이 아버지의 고향방문이 정말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보세요"
"누고"
"그래 니가 우짠 일이고"
"누가 돌아가셨다고? 느그 아부지? 진짜가 참말이가"
아버지는 그렇게 한참을 아버지 고향 친구 분의 자제분과 믿을 수 없다는 떨림의 목소리로 통화를 이어 나가셨다.
" 야야 "
" 니 오늘 쉬는 날 이제"
"내랑 창녕에 좀 댕기오자 "
" 왜요 아버지?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내 친구가. 내 친구가...."
아버지는 '내 친구가'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꾸물거릴 상황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성격이 불 같이 급하셔서 일단 명령을 하달하시면
나는 군인정신처럼 명령에 바로 복종해야 했다.
서둘러 검은색 정장을 꺼내 입고 창녕의 추운 겨울바람을 견디게 해 줄 아버지의 외투를
챙겨서 지체 없이 창녕으로 차를 몰았다.
명절이면 매번 찾아가는 창녕이지만, 창녕에 대한 느낌은 그저 아버지의 고향 정도일 뿐이다. 집안 어른들이 모여 사시는 집성촌이며, 나의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터전을 이루고 삶을 이어 가셨던 곳.
삶과 죽음이 조화롭게 공존했던 곳이 아버지의 고향 창녕이다.
대구에서 출발하여 1시간 정도를 고속도로를 달리니 어느새 가을걷이도 끝난
휑한 겨울 벌판이 눈에 들어왔다.
" 야야"
" 잠깐 차 좀 세우래이"
아버지의 친구분 댁을 가기 전에 아버지는 마을 입구 도로 모퉁이에 있는 선산(先山)
밑에 차를 세우라고 하신 뒤 겨울바람을 피하지도 않으시고 물끄러미 쳐다보셨다.
아버지의 고향 들판은 유난히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왔고
휭~ 한 겨울바람 소리가 아버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산소는 내일 집에 가는 길에 들리 보자"
" 네 아버지"
아버지의 친구분 댁에 도착해서 곧바로 상주와 맞절을 하고 고인에 대한 조의(弔意)를 했다.
장례식 장이 아닌 집안에서 장례를 치르는 모습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주변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의 쓸데없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 아주바님이 우째 그리 주무듯이 편안하게 돌아가셨는지 "
"호상 입미데이 호상"
지병이 있으신 것도 아니셨고 주무시다 돌아가셨으니 생전에 지내셨던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게 당연해 보였다. 더군다나 집성촌이니 일부러 장례식 장에서 장례를 치를 필요는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말씀 하시는 걸 들어보니 아버지의 친구분은 돌아가시기 전날 가족분들과 저녁도 잘 드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하시다가 일찍 주무셨다 한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야 평안한 모습으로 일어나지 않으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말이 없으셨다. 무슨 말이라도 하시며 눈물을 쏟아 내실줄 알았는데
아무 말씀 없이 친구분의 영정 사진만 바라보셨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버지는 상주(喪主) 분 에게 나지막한 말씀을 하셨다.
" 욕 봤다"
" 을매나 상심이 크노 "
" 욕 봤다"
" 좋은 데 갔을끼다 느그 아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