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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성미남 Dec 19. 2023

첫차를 기다리며

4(싸) 가지 없는 중년이 되기로 했다.

여러 가지 핑계가 난무했던 나의 평소의  일상에 대한

보복 조치인 듯 건강의 적신호가 켜졌다.

술도 즐겨하지 않는 나의 간이 나빠진 것이다.

정상인의 4배 정도가 높아진 간수치 가 검사결과로

나타나고 그로 인해 약물 치료와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의사의 무미건조한 충고가 심장을 조여 왔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걸어야 했고 계단을 올라야 했으며

바닥난 체력을 키우기 위해  PT (퍼스널 트레이닝)

도 받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세 가지였다.

돈과 시간 그리고 의지

이렇게 세 가지 의 조건 중 어떤 것이 가장 준비하기

어려울까라고 생각해 보면

단연코  '의지'이다. 

돈을 들여서 PT (퍼스널  트레이닝)를 받기 위해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의지'가 필요하고

그런 일련의 비장한 각오들의 시행을 위한 시간을

나의 24시간 중에 각출하여 할애하는 것 역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의지' 필요한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첫 차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차가운 겨울 아침 공기를 가르고 20분 정도를

걸어서 지하철 역에서 난생처음 첫차를 기다려 본다.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리 많을 줄이야

진심 몰랐다. 사는 게 머라고   이렇게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까  

나는 고작 건강 때문에 첫차를 기다리는데

이 사람들은 삶을 위해 첫 차를 기다린다.

얼마나 오랫동안 첫차를 기다리며 삶의 의지를

확고하게 다지며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첫차를 기다려 보기로 한다.

인생의  막차 보다 첫차가 타고 싶은 마음도 

함께 가져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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