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시대의 질문의 깊이

AI, 마법사가 된 도구, 그리고 나의 깨달음

by 인성미남

지난 서문에서 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느꼈던 '마법'과 현실의 대비, 그리고 AI라는 새로운 마법사와의 첫 만남에 대한 작은 고백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가 AI라는 새로운 '마법사'를 만나며 느꼈던 경이로움과, 그 마법이 늘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깨달음에 대해 조금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손 안의 요술봉, 챗GPT의 첫인상


처음 챗GPT와 마주했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마치 어릴 적 상상했던 마법의 요술봉을 손에 쥔 듯했습니다. "이런 글을 써 줘!" 한마디면 뚝딱 근사한 초안이 눈앞에 펼쳐지고, "이 아이디어에 대해 브레인스토밍 해줘!"라고 하면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죠. 그 순간만큼은 제가 그토록 꿈꾸던 '공간의 마법'처럼, AI가 텍스트와 아이디어를 뚝딱 만들어내는 요술쟁이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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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도 챗GPT는 꽤나 유용한 비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트렌드 분석부터 해외 자료 요약, 심지어는 고객에게 보낼 제안서의 초안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아, 이제 정말 편해지겠구나', '이 모든 정보를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니, 미래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막연히 영화 속에서나 보던 AI가, 어느새 제 컴퓨터 화면 속에서 저와 소통하고 있었으니까요. 그야말로 손안에 펼쳐진 또 하나의 세상이었습니다.


마법 뒤에 숨은 그림자, AI의 예상치 못한 한계


하지만 모든 마법이 그렇듯, 그 뒤에는 어김없이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마련입니다. 몇 번의 대화가 오고 가자, 저는 AI의 '마법'에도 예상치 못한 빈틈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던지는 질문이 조금만 모호해져도, AI의 답변은 마치 초점이 흐려진 사진처럼 흐릿해졌습니다.

처음의 감탄은 이내 갸우뚱하는 의문으로 바뀌어갔죠.


어느 날,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AI에게 "유행 타지 않는 아파트 인테리어 트렌드 알려줘"라고 물었습니다. AI는 즉시 깔끔한 미니멀리즘, 북유럽 스타일, 내추럴 인테리어 등 보편적인 트렌드를 꼼꼼하게 나열해 주었죠. '오, 역시!' 하면서 내용을 훑어 내려가던 저는 문득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건 너무 일반적인데? 내가 정말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제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유행을 덜 타는 디자인이 아니라, '이 공간의 주인인 40대 부부가 20년 뒤에도 질리지 않고 편안함을 느낄 만한',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담아낼' 그런 깊이 있는 아이디어였거든요.


AI는 제가 말하지 않은 저의 '진정한 의도'를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마치 설계도에 '예쁘게'라고만 쓰고 '어떤 예쁨'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과 같았죠.

AI는 제가 던진 '모호한' 질문에 가장 '일반적인' 답을 내놓았을 뿐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AI의 똑똑함 속에 숨겨진 '한계'와 마주했습니다.

AI는 스스로 질문의 숨겨진 의미나 제 의도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읽어낼 수는 없었던 겁니다.

마치 오랜 시간 함께 일한 동료가 저의 눈빛만으로 의도를 파악하듯,

AI는 아직 그런 '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질문의 방향키를 잡다: 깨달음의 순간


이런 경험을 통해 저는 AI를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가 아닌,

**'대화와 섬세한 상호작용이 필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고객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질문이 결국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듯이, AI와의 소통에서도 '질문'의 질이 결과물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명확한 설계도와 구체적인 요청이 있어야 비로소 꿈꾸던 공간이 현실이 되듯, AI에게도 그러했습니다.

AI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자, 마치 어두운 안갯속에서 한 줄기 빛이 길을 밝혀주듯, AI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헤매지 않고 제가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찾아내주었습니다.


불필요한 시행착오가 줄어들고, 저는 훨씬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죠. 때로는 AI의 답변을 통해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나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AI는 저의 질문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창조의 여지를 열어주었습니다.

마치 저의 질문이 AI의 잠자던 지능을 깨우는 요술봉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AI가 단순히 '마법을 부리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라는 방향키에 따라 무한한 잠재력을 펼쳐 보이는 도구이자,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임을 분명히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AI를 통해 단순히 답을 얻는 것을 넘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AI와의 소통에서 '질문'이 어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AI는 우리가 던지는 질문만큼만 대답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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