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나는 창살 없는 감옥에 있다.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남편 외에는 가족도 친구도 마음대로 볼 수가 없다.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고 있지만 만나는 것만큼 속이 시원할 리가 없다.
어찌 보면 딱히 할 일도 없다.
직장을 다니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남편을 따라왔고 남편과 나의 밥을 하는 것 외에는 심지어 지금은 청소의 임무에서도 벗어나 있는 상태다.
아이들도 다 키워서 멀리서 따로 살고 있으니 돌볼 아이도, 반려동물도 없다. 식물조차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니 조용히 혼자 성경도 읽고 기도도 하고 틈틈이 스페인어 공부도 하며 씩씩하게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어느 날은 불쑥 현타가 오고 우울해질 때가 있다.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내가 왜 감옥 같은 삶을 살고 있지?
내가 참 미미하고 무익하거나 가치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여기가 무슨 럭셔리한 고시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히 몰두해서 공부하기 참 좋다는.
마음만 먹으면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무슨 공부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살면서 이만한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참 감사할 일이다.
혼자 공부를 하는 것이 참 쉽지는 않다.
아무도 컨트롤하지 않으니 하든 안 하든 얼마큼씩 하든 뭐든 내 맘먹기에 달려 있다.
그러니 진도가 지지부진하다.
이 시간, 이 기회에 기둥이라도 하나 뽑아가리라.
시간 계획과 목표를 좀 구체적으로 잡고 다시 열심을 내 보리라.
이렇게 단순한 삶인데도 자칫하면 시간이 순삭 되어버린다.
정신을 잘 차리고 살아야겠다.